“나는 상징의 화원에 노는 한 마리 나비이고자 한다. 아폴로의 아이들이 가까스로 가꾸어 형형색색으로 곱게 피워놓은 꽃송이를 찾아 그 미에 흠뻑 취하면 족하다. 그러나 그 때의 꿈이 한껏 아름다웠을 때는 쉬운 그 꿈을 말의 실마리로 얽어놓으려는 안타까운 욕망을 가진다. 그리하여 이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쓰여진 것이 소위 나의 비평이다.” 비평가 김환태의 ‘평단 전망’ 중에서 발췌한 김환태 문학비평의 길이다. 그는 문학비평의 본질이 무엇이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에게는 순수문학의 옹호자로서, 순수 비평의 씨앗을 틔운 주인공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눌인(訥人) 김환태(1909~1944).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짧은 기간 활동했지만 비평사에 한 획을 그은 문인이다. 서구의 심미적 비평가였던 매슈 아널드와 월터 페이터 등을 한국 문단에 소개했으며 당시 카프에 경도돼 있던 비평계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1920~1930년대 문단은 유행처럼 번진 이념성과 사상성으로 순수 문학의 입지가 약화돼 있었다. 계급주의적 비평이 문학을 도구화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문학이 정치에 예속되는 양상이 가속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환태는 “문학비평의 대상은 사회도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수미)은 올해 ‘아시아 도자문화실’ 신설 등 아시아 도자문화 거점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베트남을 아우르는 도자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임시휴관에 들어갔던 광주박물관이 지난 6일 재개관을 계기로 전시와 교육, 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박물관은 올해부터 신안선 출항 700년을 맞는 2023년까지 도자문화를 대표하는 국제기관도약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오는 12월까지 국내외 도자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품 전시공간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국내외 도자 자료를 통해 아시아 도자 발달사에서 한국 도자의 특성과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도자문화실이 마련되면 12월 한국 도자 발달 과정을 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종류별 특성과 변천 과정을 조명하는 것은 물론 도자문화 브랜드화 핵심 콘텐츠인 신안해저 문화재를 알리는 데도 역점을 둘 방침이다. 아울러 중국과 일본, 베트남 도자기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도자문화의 특성을 조망한다는 복안이다. 청자주름무늬호, 청자상감버드나무인물무늬매병 등 모두
“5·18은 우연이 아니라 역사적 필연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광주·전남민주민중운동의 도도한 역사가 없었다면 5·18도 없었을 테니까요.” 정도상 소설가는 광주 사람이 아니다. 경남 함양 출신이다. 5·18도 직접 겪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문학 출발은 5·18이다. 1987년, 오월항쟁 이후 운동권 학생들의 교도소 생활을 핍진하게 그린 단편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에 앞서 같은 해 단편 ‘우리들의 겨울’이 전남대 5월문학상에 당선돼 오월문학의 중심작가로 떠올랐다. 작가 정도상이 40년 전 5·18 그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장편 ‘꽃잎처럼’으로 돌아왔다. 최근에 그는 광주의 노래, 오월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표지석 제막식 참석 차 광주를 찾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황석영 소설가가 ‘묏비나리’를 개작해 만든 가사에 당시 전남대생이던 작곡가 김종률이 곡을 붙여 1982년 완성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 표지석 제막식은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윤상원 열사에 대한 정신을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 노래는 1982년 2월 20일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이 진행되고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그날의 뜻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문학계에서도 걸개 시화전, 오월문학제, 오월사적지 답사 등 추모행사를 연다. 먼저 오월정신을 기리는 전국 시인, 작가들의 걸개시화 200여 점이 국립 5·18민주묘지 일대와 민주열사 묘역에 걸려 전시 중이다. 광주전남작가회의는 광주 오월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고 세대 간 오월 역사 인식 격차 해소, 오월 정신의 문학적 형상화와 확산을 위해 걸개시화전을 지난 15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오는 6월 30일까지 개최되는 걸개시화전은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 300여명이 참여한다. 작가들은 걸개시화전을 통해 묘역 참배객들에게 오월정신을 표현한 문학작품 향유 기회와 오월문학을 매개로 작가와 시민 간 연대의식 형성에 초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혓바늘 돋는 계절이다// 그해 봄/ 당신들이 고립되고 차단되어 외로운 섬이었을 때/ 함께 연루되지 못한 자책이 빚으로 남아/ 아직 갚지 못했다/ 말을 주워 삼키다보니/ 내 혓바닥엔 다시 상처만 가득하다// 진실과 정의를 봉쇄할 수 없으니/ 그것은 섬을 벗어나 하늘이 되고 바다가 되고/ 마침내 낮고 공평한 기준선이 된다….” 위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수미)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그날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체험과 전시를 연다. 18일부터 7월 19일까지 전시관 2층에서 열리는 ‘푸른달 열여드레: 1980년, 그날을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이 그것. 5·18의 진실과 의미를 현 세대에게도 쉽게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 5·18 당시 침묵하는 언론을 대신해 광주 진실을 알리는 ‘방탈출 체험공간’ ▲5·18 민주화운동 주요 사적지(전남대학교 정문, 전남도청 등)를 배경으로 한 ‘대형 오월길 컬러링 체험존 및 참여전시’ 등이다. 특히 방탈출 체험공간 ‘518527’은 추리·체험 콘텐츠로, 5·18 유공자와 가족들이 체험 벽화 작업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이곳은 5·18 당시 시민기자가 되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당시 계엄군 언론검열에 의해 침묵한 주류 언론을 대신해 시민 스스로 탄생시킨 민중언론(투사회보)을 실현한다는 내용이다. 제한된 시간에 단서 등을 조합해 탈출의 실마리를 얻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 자연히 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며,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된다. 또한 ‘대형 오월길 컬러링 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시민군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민주평화교류원)이 전면 공개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전당장 직무대리 이진식)은 오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두 달 동안 옛 전남도청 본관과 전남경찰국 등 6개 동으로 이뤄진 민주평화교류원을 개방한다. 특히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이 옛 전남도청 민주광장에서 열림에 따라 시민들이 이 일대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개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수요일은 오후 7시까지, 금·토요일은 밤 9시까지 연장 개방하고 오월행사와 방문객이 집중되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 동안에도 밤 9시까지 공개한다. 전문 해설사의 해설은 하루 6회(오전 11시·오후 1시·2시·3시·4시·5시, 수요일 오후 6시, 금·토일 저녁 7시·8시) 진행한다. 전시기간 동안 5·18민주화운동을 기·승·전·결 서사로 그려낸 ‘열흘간의 나비떼’ 콘텐츠도 관람할 수 있다. 옛 전남경찰국 본관엔 1980년 5월 15일부터 21일까지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열흘간의 서사 중 기, 승 구조에 해당하는 역사적 콘텐츠가 구현돼 있다. 도청 앞 분수대 집회와 차량시위, 금남로 집단발포에 이르는 상황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민주주의 상징곡이자 오월의 노래인 ‘님을 위한 행진곡’ 창작 장소를 기념하는 표지석이 13일 문예회관 국악당 옆에 세워졌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황석영 소설가가 ‘묏비나리’를 개작해 만든 가사에 당시 전남대생이던 작곡가 김종률이 곡을 붙여 1982년 완성됐다. 노래 녹음은 82년 4월 황 소설가의 집 2층에서 ‘방음’을 한 상태로 이루어졌으며, 이후 시대의 아픔을 담은 노래로 민주주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왔다. 표지석이 세워진 문예회관 국악당 자리는 당시 황 소설가의 옛 집터가 있던 곳이다. 한편 이번 표지석 제막식은 광주문화재단이 ‘님을 위한 행진곡’의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광주정신을 기리기 위해 준비해왔다. 제막식에서 반백이 돼 손을 맞잡은 황 소설가(오른쪽)와 김 작곡가(세종문화재단 대표)가 노래가 탄생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감회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지난 6일 재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전당장 직무대리 이진식)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성장과 문화발전소로 재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특히 오는 11월 개관 5주년을 맞아 문화전당은 브랜드 구축 사업에 적극 나선다. 국제협업 공연 ‘아시아의 달’을 오는 10월 30~31일 이틀 동안 무대에 올리는 등 창·제작 선순환 시스템을 강화한다. 또한 야간문화콘텐츠 외벽영상(미디어파사드) 창제작을 매개로 전당 야외 경관 조성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ACC는 온라인 예술 활동이 코로나 19 이후에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시민을 만나는 방법을 모색했다. ACC가 운영하는 미디어 월과 홈페이지, 유튜브 등을 통해 인문·예술·어린이 문화예술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를 활성화했다. 무엇보다 ACC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옛 전남도청(민주평화교류원)을 오는 16일부터 2개월 간 개방하고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나는 광주에 없었다’(18일까지), ‘시간을 칠하는 사람’(27일~31일) 등 ACC를 대표하는 공연물들이 무대에 올려진다. 전시도
“강으로 간 새들이/ 강을 몰고 돌아오는 저물녘에 차를 마신다// 막 돋아난 개바라기를 보며/ 별의 뒤편 그늘을 생각하는 동안// 노을은 바위에 들고/ 바위는 노을을 새긴다// 오랜만에 바위와/ 놀빛처럼 마주 앉은 그대와 나는 말이 없고// 먼 데 갔다 온 새들이/ 어둠에 덧칠된다” 이대흠 시인의 ‘천관’(天冠)이라는 시다. 이 작품에는 고향에 대한 근원적인 탐색이 깃들어 있다. 장흥 출신의 시인에게는 서울, 광주 등지를 떠돌다 고향에 정착한 마음이 남달랐을 것이다. ‘천관’(天冠)은 장흥과 동일의 의미를 표상하는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장흥은 산자수명의 자연적 공간과 문림이라는 문학적 공간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문학의 고장 장흥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거나 새롭지 않아서 이제는 오히려 그렇게 부르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한강 등 한국 현대문학사에 내로라하는 작가의 고향이 바로 장흥이다. 그뿐인가 기행가사의 효시인 ‘관서별곡’을 쓴 백광홍, 호남실학파의 대가 위백규의 탯자리도 바로 장흥이다. 사람들은 산자수명의 풍광이 오늘날 문림(文林)의 터전이 됐다고 본다. 현대문학과 고전문학이 조화를 이룬 고장이 또한 장흥이기도 하다.
“나는 시를 쓸 때도 어렵게 쓰는 이른바 난해시를 피한다. 어떻게 하면 내 시에 독자가 가까이 다가올 수 있고 누구나 알 수 있는 명확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느냐에 신경을 쓴다.” 생전에 박재삼(1933~1997) 시인이 했던 말이다. 그의 시는 쉽다. 그리고 슬프다. 쉬우면서 서정적인 시는 오늘날 수사와 기법, 현학으로 버무려진 시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불가해한 시를 쓰는 것이 마치 뛰어난 작품을 창작하는 것처럼 돼버린 시대에, 간결하면서 단정한 시들은 역설적으로 귀하게 다가온다. 박재삼은 평생 가난과 슬픔을 지고 살았다. 고전적 의미의 시인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문인이다. 우리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문인들은 대부분 가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유정, 채만식, 이상 등이 그렇다. 물론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문학에 매진하다 보니 재산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이들도 있었다. 박용철, 김영랑, 정지용 등 극소수의 문인들이 이 경우인데, 그러나 이들마저도 물질적 부유함보다는 문학을 위한 삶에 매진했다. 언급한 대로 박재삼 시인 또한 평생 가난과 질병을 안고 살았다. 생래적으로 정적인데다 외로운 기질을 타고났다. 1933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난 그는 4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