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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전주국제영화제] ④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 3편 최초 상영

민환기 감독 <노회찬, 6411> “진보정당운동 속 개인 노회찬 의원 다뤄”
임흥순 감독 <포옹>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의 역설 꿈꿔”
테드 펜트 감독 <아웃사이드 노이즈> “장소 보는 관점 변화에 주목”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상영작인 민환기 감독의 <노회찬, 6411>, 임흥순 감독의 <포옹>, 테드 펜트 감독의 <아웃사이드 노이즈> 등 3편이 최초로 공개돼 관객들과 만났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영화제가 직접 투자·제작 지원하는 만큼 영화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프로그램. 영화 상영 후 이뤄진 GV(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제가 선택한 감독과 작품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민환기 감독 <노회찬, 6411>
 

 

 

“저는 쉬운 희망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무엇인가를 바꾸고 실천하려면 제대로 알아야 하죠. 고(故) 노회찬 의원과 진보정당운동이 어떤 환경과 역사 속에서 벌어졌다는 걸 알리는 게 제 의도이자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민환기 감독은 영화 제작 승낙 이유를 밝히며 “노 의원은 선동을 위한 얘기를 할 때조차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걸 듣는 타인에 대해 고민한다고 생각했다. 보통 정치인과는 조금 달랐다”고 말했다.

민 감독은 노 의원을 ‘시작점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40~50년 뒤에도 그대로 꿈꾸고 있었던 분인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자기합리화하지 않고, 당대에 꿈이 실현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감독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2009), <미스터 컴퍼티>(2012) 등 그룹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노회찬, 6411>는 그의 첫 인물 다큐멘터리다.

“그동안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담는 다큐를 찍어왔습니다. 현장은 대체로 일상인 경우가 많아, 반복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찍다가 제가 없어도 잘 모릅니다(웃음). 그런데 인물 다큐는 인터뷰 순간, 인터뷰이와 대결해야 하고 회피할 수 없죠. 그런 부분이 저에겐 힘들었습니다.”

180분 분량의 영화는 연대기순으로 편집돼 있다. 이에 대해 감독은 “진보정당운동 안에서 노 의원을 보여주려는 게 가장 컸다. 그렇게 됐을 때 개인 노회찬도 이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즉 인물을 통해 정치운동사, 정치운동사를 통해 인물을 다룬 다큐인 셈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노회찬, 6411>은 100% 완성되지 않았다. 감독은 “정확히 말해 <노회찬, 6411>은 제작 중인 다큐다. 성사되지 않은 노 의원의 아내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인터뷰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화는 노 의원의 3주기에 맞춰 개봉할 예정이다.
 

임흥순 감독 <포옹>
 


<포옹>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역설을 나타낸다.

임흥순 감독은 “어느 날 포옹하고 입맞춤하는 꿈을 꾼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이런 것들이 코로나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거리두기의 다른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부연했다.

영화는 ‘코로나 상황에 영화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하는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전 세계 영화인들이 직접 촬영한 이미지와 사연을 재구성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임 감독은 “각국 참여자들에게 5가지 질문을 보낸 뒤, 휴대전화로 3분가량 찍은 영상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지역 민담과 설화 등 소재의 제한을 두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동과 접촉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콘셉트”라고 강조했다.

영화 속에는 특별히 지역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GV에서는 지역별·인종별 고정관념을 타파하려는 의도로 읽힌다는 질문을 받았다.

임 감독은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굳이 지역을 구분해서 명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또 잘 모르는 나라에 대한 풍경들을 좀 더 새롭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테드 펜트 감독 <아웃사이드 노이즈>
 

 

<아웃사이드 노이즈>는 <숏 스테이>(2016), <고전주의 시대>(2017)를 연출한 테드 펜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앞선 두 작품 모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만큼 감독과 영화제의 인연은 깊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인 감독은 “이 프로젝트 자체가 재밌다”며 “미국인이 독일에 거주하면서 빈과 베를린 이야기를 찍고, 한국 관객에게 처음 보여주는 것이 저에겐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불면증을 겪는 독일 빈의 ‘다니엘라’와 베를린의 ‘미아’가 각자의 집을 방문하고 여행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감독은 영화에서 ‘장소는 보는 관점의 변화’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2016년 다니엘라와 미아를 만났는데, 실제 인물을 캐릭터로 만들어 그들이 사는 장소에 주목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처음 생각했습니다. 다니엘라와 미아가 각각 사는 곳이 있지만, 어떤 곳에 정착하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쉼 없음’이란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장소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어느 한 지점에 정착하지 못한 상태다. 감독은 “등장인물들은 모두 인생의 한 시점에 있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도 전작과 동일하게 16㎜ 필름으로 촬영됐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이미지적·사운드적 ‘대조’가 두드러진다는 것. 화면은 자연광에 의해 어둠에서 밝음으로 큰 대조를 이룬다.

감독은 “자연광이 대화의 무드와 함께 바뀌는 게 좋았다”며 “제가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을 남겨뒀을 때 생기는 변화가 영화에 잘 맞았다”고 밝혔다.

 

/문민주·김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