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인천 16.9℃
  • 구름많음원주 17.5℃
  • 맑음수원 17.4℃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맑음포항 19.5℃
  • 맑음대구 19.0℃
  • 맑음전주 19.1℃
  • 맑음울산 20.0℃
  • 맑음창원 20.6℃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순천 17.8℃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김해시 19.6℃
  • 맑음구미 20.0℃
기상청 제공
메뉴

(부산일보) “아이들은 어쩌라고…” 대학병원이 초등학교 폐교 ‘앞장’

 

부산의 한 대학병원이 ‘지역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병원 옆 초등학교의 통폐합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작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만족도가 높아 통폐합을 원치 않는데, 교육 당국도 아닌 민간 병원이 엉뚱하게 폐교를 밀어붙여 눈총이 쏟아진다.

 

2일 인제대부산백병원(이하 백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은 지난주부터 인근 개금동 아파트 입주자대표 등과 함께 ‘주원초등 통폐합 주민 서명부’를 배포하고 있다. 동의 서명을 받기 위해 부산진구 주민 외 병원 관계자와 가족까지 동원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백병원 관계자는 이날 개금동 일부 주민과 부산시의회 신상해 의장을 만나 주원초등 통폐합의 조속한 추진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인접 주원초등 ‘통폐합 서명’

병원 관계자·가족까지 동원

시설 확장·주차난 해결 명분

“교육권 침해” 학부모들 반발

 


 

 

민간 병원인 백병원이 인근 초등학교 폐교에 앞장서는 명분은 크게 ‘병원 인프라 확충’과 ‘지역 민원’이다. 준공된 지 40년이 다 된 백병원은 시설 확충이 이뤄지지 않아 병상 850여 개가 수년째 유지되고 있다. 응급실 병상 부족과 주차난이 묵은 숙제로 꼽힌다. 백병원 측은 주원초등 부지에 병원 확장을 계획한다. 주원초등과 백병원은 붙어 있다.

 

현재 주원초등에는 학생 154명이 다닌다. 일반 8개, 특수 1개 등 총 9개 학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급당 학생 수가 17명으로 ‘소규모 학교’에 속한다. 교육부 방침에 따르면 초등학교 적정 규모 기준은 전교생 240명이다. 학생 수로 보면 주원초등은 240명에 미달해 통폐합 기준 대상에 속할 수 있다.

 

그러나 주원초등은 학생과 학부모 반발로 이미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또 학교 통폐합은 학생 수 기준 충족뿐만 아니라, 통폐합에 대한 ‘학부모 동의 50%’가 필수적이다. 앞서 약 4년 전에도 주원초등 통폐합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중단된 바 있다.

 

소규모 학교로 분류된 주원초등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등교 수업을 하는 등 지난해 학교 운영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가 높게 나오기도 했다. 부산시교육청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주원초등의 경우 통폐합 대상도 아닐뿐더러 관련 절차를 밟은 적도 없다”며 “민간에서 하는 통폐합 관련 서명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도 전혀 검토하지 않는 초등학교 통폐합에 민간 병원이 나서자 학부모들이 반발한다. 학부모들은 ‘병원 측 경제 논리가 학생 교육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주원초등 학부모 박 모(39) 씨는 “아이들에게 첫 학교인 초등학교는 특히 중요한데, 아이가 이미 사회적 관계를 다 만들어 둔 상태에서 중간에 다른 학교로 가는 것은 정서상 좋지 않다”며 “멀쩡히 운영되는 학교의 통폐합을 민간 병원에서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주원초등 폐교에 찬성하는 주민도 있기는 하다. 백병원 인근 주민 김 모(60) 씨는 “백병원 주차 공간이 모자란 탓에, 병원 방문객들의 불법주차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고통스러워한다”며 “학생 수가 적은 주원초등을 없애고 빨리 주차장을 만들어야 주민도 편안하고 병원 운영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병원 측은 주원초등 통폐합을 추진하는 근거로 4년 전 부산시의회에서 거론된 대책을 내세운다. 당시 부산시의회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부산 20여 개 초등학교 통폐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는데, 주원초등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백병원 사무국 관계자는 “주원초등이 통폐합되더라도 인근에 다른 학교가 있어 학생에게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는데, 통폐합에 찬성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며 “백병원 병상 부족과 주차난은 갈수록 심해져 지역 발전과 의료 발전을 위해 주원초등 통폐합 논의에 속도가 붙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