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나사(NASA)'로 불리는 항공우주청 입지가 경남 사천으로 결정됐습니다. 대전시가 지난해 우주청 설립을 가장 먼저 제안했는데 결과적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킨 꼴입니다. 우주청 유치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도 대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죠. 대선 기간 중 윤석열 당선인이 '경남 유치' 공약을 내놓았는데 이게 현실로 굳어지게 됐네요. 이를 두고 여야 대전시장 후보 간 난타전도 예상됩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대전시의 우주청 유치 실패가 대전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전시 책임론 속 허태정 "정치적 결정 유감"
우주청 유치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지역 정치권의 역량 부재와 시의 안일한 대처가 빚은 참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대전은 우주청 입지와 관련해 적합성·연관성·효율성 등에서 최적지라는 전문가 의견에도 불구하고 실패했습니다.
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예비후보는 앞으로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바로잡겠다는 각오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는 "항공우주청 설립을 처음 제안했고 앞으로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대전을 배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 설립 입지에 가장 적합한 대전이 아닌 경남으로 결정된 것은 정치적인 결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전이 경남에 비해 준비가 부족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육동일 인수위 균형특위 위원은 "경남은 철저히 준비된 모습을 보인 반면 대전은 처음 만들어진 자료 가지고 똑같은 얘기만 반복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대전시가 처음 우주청 설립을 제안했지만 인수위원들을 설득한 만한 논리는 빈약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허 후보는 우주청 유치를 추진한 대전시의 수장으로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대전시는 K-바이오랩 허브도 후발 주자인 인천 송도에 뺐기고, 중소벤처기업부가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도 막지 못했습니다.
◇이장우 우주청보다 항공우주산업 육성에 무게
대전시의 우주청 유치 실패로 대선 기간 제기됐던 '충청 홀대론'에 불이 붙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충청의 아들'을 자처했는데 대선 이후 대전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죠.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기는 하지만 항공우주청의 경남 사천행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의견이 많아요. '청 단위 기관은 대전'이라는 정부 기조에도 어긋나고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경남 사천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지난 25일 국회 토론회에서 "대전·충청은 정부 부처는 물론 연구관리와 정책기관, 출연연, 대학, 군 기관, 우주 기업들이 클러스터화 돼 있다"면서 "이곳에 우주 전담 기관 본부를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현재 국내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우주청의 위치를 결정하면서 과학기술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수위가 28일 오후 3시부터 대전·세종지역 공약 설명회를 여는 대전컨벤션센터 앞에서 과학 기술 관련 단체가 항공우주청 경남 설립에 반대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죠.
민주당 대전시당도 27일 논평을 통해 "국가미래전략 차원으로 추진돼야 할 항공우주청 설립이 경남만을 위한 정치적 사업으로 변질됐다"며 "우주강국으로의 도약을 포기하는 역사적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화살이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 예비후보에게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네요.
이 후보는 우주청 유치보다는 대전을 중심으로 한 항공우주산업 육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는 25일 윤 당선인과의 면담 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공직자들이 근무하는 청까지 대전에 오면 좋겠지만, 행정기관만으론 지역에서 큰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게 당선인의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hteun@daejonilbo.com 은현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