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노후 아파트에서 화재 인명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남 지역 공동주택 10곳 중 7곳은 스프링클러가 없거나 일부 고층에만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후 아파트 스프링클러 없거나 고층만= 경남·창원 소방본부에 따르면 경남 지역 아파트 전체 3741개 단지 중 2815개 단지가 스프링클러가 없거나 고층에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스프링클러 미설치·부분 설치 비율은 75%로 제주(86%), 대전(80%) 다음으로 높다. 전국 평균은 49%다.
이들은 대부분 지은 지 2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다.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비 적용 기준은 1992년 이전까지 11층 이상의 층에, 1992년부터 16층 이상의 층에만 해당했고, 2005년에 11층 이상은 전 층, 2018년부터 6층 이상 전 층에 스프링클러 설비가 적용됐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아파트 화재는 초기 진압에 어려움이 있어 심각한 인명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앞서 7월 부산 기장군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고, 6월에는 부산진구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아파트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아파트였다.
경남에서는 매년 150건 이상의 아파트 화재가 발생한다. 5년간 경남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총 802건으로 7명이 사망하고 102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 취약한 만큼 대책 필요= 소방은 최근 스프링클러가 없는 아파트에서 화재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스프링클러가 없거나 부분만 있는 아파트 현황을 파악하고 이들 단지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창원 성산구 대방동의 한 아파트에 창원소방본부 안전예방과 소방관들이 점검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화재 발생의 위험은 없는지, 발생했을 때 세입자 등이 대처와 피난을 할 수 있을지 등을 살폈다. 해당 아파트는 90년대에 준공돼 16층 이하 세대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장에 나온 심용탁 안전예방과 소방장은 “화재 초기에 불을 소화해 인명과 재산피해를 보호하는 스프링클러가 없는 만큼 점검이 필요하다”며 “특히 화재 가능성이 있는 문어발식 콘센트를 많이 쓰는 것, 화재 시 대피를 할 수 있는 경량 칸막이나 대피공간에 적재물을 놓은 곳이 많아 이 같은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노후 시설에 소방 설비에 대한 지원을 마련하는 지자체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조례를 통해 공동주택의 소방 설비(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 설치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사례도 있다. 부산 연제구, 서울 구로구, 인천 서구 등이다.
김생규 소방기술사는 “스프링클러에 대해서는 없는 세대에 수도 직결식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설치한 세대에게는 어떤 지원을 해주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화재 시 당사자가 적절한 대처와 대피할 수 있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김 소방기술사는 “우리 집에 어떤 소방 설비가 있고 그 설비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경량칸막이나 대피공간, 완강기 사용법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