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7월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무산됐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4일 도청 소통회의실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2026년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안전부는 주민투표가 실시돼도 1년의 시간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법률 정비, 청사 배치, 시스템 연결을 치밀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행정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연기 사유를 밝혔다.
오 지사는 “행정구역에 대한 이견도 있어서 내년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기초단체 부활을 위해 애쓴 도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민선 8기 오 지사의 1호 공약으로 3년간 준비해 온 제주형 기초단체(3개 기초시) 설치 무산으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오 지사는 3명의 시장과 40명의 기초의원(계획안)을 도민들이 직접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과 제왕적 지사의 권한을 내려놓겠다며 2022년 8월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구성, 기초단체 설치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도는 한시 조직인 행정체제개편추진단을 지난해 7월 1국·2과·6팀의 전담 기구인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으로 승격했고, 양 행정시에는 1과·2팀의 준비단을 신설했다.
또한 2023년부터 1년 반 동안 도민 경청회(48회)와 숙의 토론회(4회), 전문가 토론, 숙의형 공론조사, 여론조사에 총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달 2회 추경에는 3개 시청·시의회 청사 설치와 리모델링 비용으로 148억원을 편성했다. 당초 198억원이었지만 도의회는 50억원을 감액했다.
이처럼 기초단체 설치에 많은 행정력과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실패하면서 오 지사의 정치력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여기에 3년을 공들인 핵심 정책이 무산돼 도정 역량의 한계를 보여줬다.
2개 또는 3개 기초시 행정구역에 대한 쟁점이 지역사회의 찬반 갈등으로 번지면서 도민 공감대 확보에도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새 정부에서도 행안부는 제주형 기초단체에 대한 공식 입장이나 명확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무대응·무관심으로 나왔다.
더구나 주민투표 여부마저 확답을 받지 못하는 등 제주도는 정부 설득에도 실패했다.
앞으로 남은 4~5년간 지방선거와 총선, 개헌 등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도정이 올인 했던 기초시 도입이 무산돼 행정체제 개편 동력은 상실했다.
향후 불씨를 당기려해도 도민사회 불신과 거부감으로 적지 않은 부담과 진통이 예상된다.
책임을 통감한 듯 오 지사는 “기초단체 설치가 국정과제에 반영되면서 이재명 대통령 임기(2030년 6월 3일) 내 완수하겠다. 기초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끈을 놓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