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10·15 부동산 규제정책이 수도권 부동산 지도를 다시 갈랐다. 규제를 피해 간 화성 동탄2신도시는 발표 하루 만에 투자 문의가 늘며 ‘풍선효과’의 전초로 떠올랐고, 예상치 못한 규제지역 지정에 수원·하남 등 실수요자들은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불만을 토해냈다.
■ 화성 동탄 “핀셋 빠진 신도시, 하루 만에 시장의 눈 쏠려… ‘풍선 전초기지’ 될까”
16일 오전 화성 동탄2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이른 시간임에도 사무실 앞에는 매수를 문의하러 온 손님들이 줄을 섰고, 안에서는 서둘러 계약을 마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근 중개업소 역시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에 직원들이 응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지역은 대부분 소형 면적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으로 화성 동탄지역이 정부 규제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실수요자와 투자 목적의 문의가 쏟아진 것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수요자는 대부분 수원·용인 수지에서 밀려온 세입자라며 어제부터 매수자들이 마지막 남은 출구로 동탄을 찾고 있지만 매물이 없어 못 보여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 카페와 유튜브 채널, SNS 등 온라인 상에는 전날 규제지역 발표 직후부터 ‘비규제 지역 역세권 리스트’, ‘규제 피해 간 10억 이상 신축 아파트 목록’ 등의 정보가 빠르게 공유됐다. 실제로 이날 화성 동탄을 포함해 구리, 안산, 안양 만안구 등 언급된 지역 중개업소 곳곳에선 해당 아파트 매물 문의가 잇따랐다.
하지만 들뜬 분위기와 다른 입장도 감지된다. 화성 동탄2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37)씨는 “이번에 동탄이 규제지역에서 빠진 건 그만큼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같은 신도시인데 2급지로 분류된 느낌이라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지금이 상급지로 옮길 마지막 타이밍이라며 매도 상담을 권하는 경우도 있었다.
■ 수원, 광명, 하남 “예상 밖 규제에 실수요 ‘멘붕’… 이사도 못가나”
규제의 파고가 덮친 예상 밖 지역들은 전날에 이어 혼란이 계속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 중이던 계약이 무산되거나 잔금 일정을 급히 앞당기려는 움직임까지 벌어졌다. 규제지역 지정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은 수원 장안·팔달, 하남 등지에서 뚜렷했다.
장안구에선 화서역 인근, 팔달구에선 매교동 인근 신축 아파트 단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 오름세가 관측되지 않는데 행정 편의를 위해 일괄적으로 묶은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수원 장안구민 최모(41)씨는 “사실상 이사할 수 있는 자유가 없어져 거주 이전의 자유가 침해당한 기분”이라며 “집 구매가 어려워지면 자연스레 전월세 수요가 늘어 세입자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남 역시 예상보다 빠른 규제 편입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교산신도시 개발과 준강남 지역 상승세를 이유로 묶였지만 아직 교통·생활 인프라가 부족해 지역 공인중개업소에선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광명시는 서울과 인접해 붙은 프리미엄이 떨어질까 불만이다. 신규 분양 단지 위주로 가격이 급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미 프리미엄을 지불한 새 입주자들과 예비 입주자들은 허탈해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대책이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보다 오히려 단기 과열과 정책 불신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비규제 지역으로의 수요 쏠림은 피하기 어렵다”며 “실수요를 옥죄는 규제보다 전세 안정과 공급 확대로 시장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