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발생 나흘째인 29일 정부 핵심 전산망 장애로 민원대란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금융·의료·복지 등 곳곳에서 업무에 차질을 빚는 등 일선 현장의 혼란이 감지된다. 일부 서비스는 복구돼 재가동됐지만 전체 복구율은 여전히 저조한 데다, 모든 시스템의 완전 복구까지 4주 걸릴 것으로 예상돼 추가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은 합동감식과 현장 관계자 조사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정치권에서는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정자원 화재로 장애가 발생한 647개 시스템 중 73개 시스템이 복구돼 가동됐다. 복구율은 11.3%다.
직접 피해를 본 96개 시스템이 대구센터로 이전 복구되는 데 약 4주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자원 준비에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 등이다. 이 중에는 통합보훈(국가보훈부), 국민신문고(권익위원회), 국가법령정보센터(법제처), 안전디딤돌(행정안전부) 등이 포함됐다.
멈췄던 정부 행정정보시스템이 순차적으로 복구되고 있지만, 주요 전산망은 접속이 막혀 있어 일선 민원 현장에선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자체 행정망을 둔 대부분의 광역·기초지자체는 대규모 차질은 없었지만, 국가전산망을 활용하는 일부 서비스가 장애를 빚으면서 민원 수기 접수 등 대체 수단을 마련했다. 정부24가 재가동되기 전에는 행정·금융·의료 현장에서 제한된 서비스로 시민 불편이 커졌다.
화장장 예약도 마비돼 현장 또는 전화 예약으로 대체됐고, 보건복지부가 통합 관리하는 맞춤형 돌봄 시스템도 피해가 번져 충청권을 포함해 전국적인 복지망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다. 응급호출과 화재감지 등 돌봄서비스는 SNS 등 대체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사회복지사 현장 배치 강화 등으로 복지 공백을 메우기도 했다.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당국의 합동감식도 사흘째 이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전부터 3차 합동감식을 진행,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배터리 팩 등 증거물 분석 절차에 돌입했다. 화재 당시 전산실에 있던 배터리 이전 관련 업체 관계자 7명도 불러 조사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화재로 인한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의 책임론을 두고 네 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은 "명백한 윤석열 정권의 직무유기로 인한 사태"라고 비판하는 한편, 야당은 "이재명 정권이 사법 파괴와 입법 독재에 몰두하는 사이 민생에 심각한 구멍이 뚫리고 있다"고 총공세를 펼치는 양상이다.
국정자원 대전본원 한 개 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요 정부 전산망이 셧다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 있어 시스템 보관·관리의 이중화 체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 원인을 두고 각각 전·현 정권에 책임을 전가하는 셈이다.
정부는 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서비스가 마비된 사태에 대해 "큰 불편을 끼쳐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각 부처와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불편을 최소화할 대책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오후 6시를 기해 국가사이버안보센터 사이버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다. 국가전산망 장애에 따른 대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혼란한 상황을 악용한 해킹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