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서 내리지 말고, 한국으로 가라” 1933년 10월 아일랜드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신부들은 선교지인 중국 상하이 도착할 때 쯤 본부의 전보를 받았다. 선교사들을 태운 배는 방향타를 한국으로 돌렸다. 패트릭 도슨, 토마스 다니엘 라이언, 어거스틴 스위니 3명의 신부는 부산으로 입항한 후 1934년 제주에 왔다. 일제강점기, 제주도민들에게 일제의 패망과 독립의 희망을 심어준 가톨릭 신부들의 헌신이 광복 80주년을 뜻 깊게 하고 있다. 이들은 제주도민을 핍박하며 갖은 수탈을 벌이는 일제의 만행에 분노했다. 학생들에게는 일본어를 쓰지 말도록 했고, 행사 때마다 내걸린 일장기를 떼 내 발로 밟았다. 또한 강론과 교리시간마다 “조선은 죽지 않았다. 아일랜드처럼 독립할 수 있다”며 설교했고, 일본의 승전보는 거짓이라고 얘기했다. 1934년 천주교 중앙성당에 부임한 패트릭 신부는 “승전을 하고 있다는 일본 신문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중일전쟁이 장기화되면 일제는 물자 부족으로 패전한다”고 했다. 서귀포성당과 서홍동 홍로성당에 각각 부임한 토마스, 어거스틴 신부는 “조선도 아일랜드처럼 독립할 수 있다”며 독립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었다. 일제는 눈엣가시 같은 이들을 19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에서 8882억원의 채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부채의 절반을 차지한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강하영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12일 2회 추경안 심사에서 제주도의 과도한 차입금을 지적했다. 강 의원은 “현재 제주도의 채무 잔액은 1조7000억원으로, 오영훈 도정이 출범한 3년 동안 52%인 8882억원의 차입금이 발생했다”며 “더 이상 빚을 낼 여력이 없어서 이번 추경 재원도 세출 효율화라는 명분으로 읍·면·동 주민 숙원사업 예산 31억원을 감액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어려울수록 적극 재정을 펼쳐야 하지만, 제주도의 높은 채무비율 때문에 지방채 발행도 어렵게 됐다”며 “도가 핵심사업에 대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명기 도 행정부지사는 “코로나 이후 제주의 경제지표가 저조해 건설과 관광산업 부양 등을 위해 많은 재정이 투입됐다”며 “다만, 관리채무비율(세입결산 대비 채무비율)은 18%로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경제를 살리려면 상황에 따라 긴축 재정 또는 적극 재정을 하는데, 재정정책 상 필요할 경우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박두화
제주에서 버스 이용 시 2개의 교통카드를 내년 말까지 이용하면서 혼선이 우려된다. 11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26년 말까지 교통카드로 ‘티머니’와 ‘온나라페이’를 사용하며, 이를 위해 버스에도 각각의 단말기가 부착된다. 티머니는 제주를 포함해 전국의 대중교통(버스·지하철)에서 이용이 가능하고, 점유율이 90% 이상이어서 ‘국민 교통카드’라 불리고 있다. 도는 8월 1일부터 청소년(13~18세) 버스 무료 탑승과 맞물려 중국인 관광객 80%가 사용하는 큐알(QR) 코드 결제도 디지털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티머니 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작년 8월부터 시행 중인 큐알 코드 결제는 단말기가 아닌 아크릴판에 코드를 부착해 인식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매번 버스요금을 결제할 할 때마다 스마트폰 화면을 운전기사에게 보여줘야 하며, 2명 이상 결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다. 도는 티머니 측이 큐알 결제를 위한 단말기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해주지 않자, 최근 ‘온나라페이’를 자체 개발했다. 온나라페이는 교통·신용카드 인식은 물론 큐알 결제도 가능하다. 특히, 티머니는 버스요금의 2.25%를 수수료로 챙겼지만, 도가 독자 개발한 온나라페이는 수수료
원전 3기에 해당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추자 해상풍력(3GW) 공유화기금을 놓고 법정 소송이 우려된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사업자 선정 기준으로 매년 1300억원 이상의 기금 출연을 제시했다. 공유화기금(도민이익기금)은 풍력발전으로 얻는 이익을 지역사회에 제공하며, 취약계층 냉난방비와 복지사업 등에 사용된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소속 현기종 의원(국민의힘·성산읍)은 지난 8일 441회 임시회에서 연간 1300억원 이상 기금 출연은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운영 능력이나 실적이 없어도 입찰에서 1300억원 보다 더 많은 기금을 써 낸 사업자가 선정되는 구조”라며 “실제 운영을 해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사업 포기는 물론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실측 데이터(수익성 분석자료)를 갖고 있는 업체는 에퀴노르 밖에 없고, 다른 업체는 위성 기상 데이터자료만 있는데, 1300억원 이상 기금 납부를 요구하는 근거와 법적 검토가 없으면 사업자가 선정되든, 탈락하든 법적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는 2022년 3월부터 추자도 바다에 부유식 풍황계측기(바람세기·방향 측정
말의 고장인 제주에서 전국체전 승마경기가 열리지 못할 우려가 제기됐다. 7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내년 10월 제주에서 열리는 107회 전국체전 승마경기를 제주대학교 승마경기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승마경기는 장애물 비월과 마장마술 종목으로 진행되며, 마방이 200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주대 승마경기장은 마방이 5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2014년 제주 전국체전을 위해 75억원을 투입한 이 경기장은 배수시설이 열악해 비가 오면 경기를 진행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바닥은 규사(석영모래)가 아닌 해사(바닷모래)로 조성하면서 11년 전 제주 전국체전에 참가하려던 승마선수들은 제주에서 경기를 거부해 인천에서 승마대회가 열렸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30억원을 투입해 마방을 53개에서 200개로 확충하고 시설 보수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실외 마장과 관람대, 야간 조명 등을 갖추려면 80억원이 소요되는 데 30억원을 투입해 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강철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연동을)은 이날 열린 441회 임시회에서 “제주도의 내부보고를 보면 개·보수 비용으로 80억원이 필요한데 30억원으로 승마경기를 치를 수
제주특별자치도의 최대 현안인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현 시점까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균형발전 국정과제로 제주는 ‘주민 주도형 행정체제 개편’ 한 줄 문구만 나왔지만, 3개 기초단체 설치와 도민의 뜻을 묻는 주민투표는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정운영 청사진을 설계해온 국정기획위원회는 오는 13일 10대 핵심과제를 주축으로 한 120여개 국정과제를 ‘대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발표한다. 6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인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주형 기초단체 설치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는 국정과제에 반영되지 않았다. 위 의원은 “제주형 기초단체는 대통령 공약에 수록됐지만, 국정과제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수록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오는 13일 발표될 국정과제에 제주형 기초단체가 포함되지 않으면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핵심정책인 행정체제 개편은 동력을 잃게 된다. 이날 제주도의회 운영위원회(위원장 임정은) 회의에서 양기철 도 기획조정실장은 “8월 중 (기초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 권고가 조속한 시일 내 이뤄지도록 대통령실과 행안부에 지속적으로 협의를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대비, 198억원을 편성한 가운데 제주도의회 통과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5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박호형)에 따르면 오는 8일 441회 임시회에서 기초단체 설치 준비 예산을 포함한 추경안을 심사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 예산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원이 있는 반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8월 중 주민투표 권고가 불투명하다며 반대하는 의원이 나왔다. 앞서 윤호중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에서 기초단체를 2개로 할지, 3개로 할지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주민투표에 올리기까지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부 도의원은 선거구 획정 기준 인구수의 하한에 미달되는 면지역과 원도심은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이유로 기초단체 설치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호형 위원장은 “기초단체 설치 예산 심사는 행안부 장관의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입장과 동료 의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 고기철)은 기초단체 설치 예산 198억원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도민적 합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광복 80주년을 맞아 제주 출신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이 재조명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함세웅)는 최근 제주 출신 독립운동가 5명에 대해 독립유공 서훈(훈·포장)을 국가보훈부에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현호진 선생은 1933년 일본 오사카에서 재일조선인들의 생존과 노동권 확보를 위해 투쟁하다가 그해 체포돼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의 부친인 현길홍은 ‘우리 배는 우리 손으로’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1930년대 제주~오사카 여객선을 띄운 동아통항조합장을 역임했다. 오사카 거주 제주인들은 일제의 독점적인 선박 운항과 높은 운임에 반발, ‘자주운항 운동’을 내걸고 동아통항조합을 설립했다. 윤석원 선생은 청년운동과 사회주의 사상운동을 전개하다가 1930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고, 1932년에는 제주혁우동맹 사건으로 기소돼 1년간 옥고를 치렀다. 제주혁우동맹은 사회주의 비밀 조직으로 제주해녀들의 수탈에 대응하며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김서호 선생은 조천읍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전개하다가 징역 6월을 복역했고, 1933년 일본 전협화학 오사카지부에서 활동하다가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일본 전국 노동조합 소속 전협화학
내년부터 미국산 만다린(Mandarin·감귤류)에 무관세가 적용돼 제주감귤 소비와 가격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미국산 만다린의 수입 관세율은 144%에서 매년 9.6%씩 단계적으로 인하됐다. 15년 차에 접어든 내년에는 수입 관세가 없어진다. 그동안 관세율 인하로 만다린 수입 물량은 증가했다. 미국산 만다린 수입 물량은 2017년 0.1톤에 불과했으나, 2018년 8.3톤, 2019년 152.1톤, 2020년 511.8톤, 2021년 728.5톤, 2022년 512톤, 2023년 728톤으로 크게 증가했다. 관세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진 지난해에는 3099톤이 수입돼 전년보다 4배 이상 수입 규모가 늘었다. 관세율이 9.5%로 떨어진 올해는 상반기에만 7916톤의 만다린이 수입돼 지난 한 해보다 갑절 이상 늘었다. 온주감귤과 스위트오렌지의 교배종인 만다린은 오렌지와 달리 껍질이 얇아 쉽게 까먹을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만다린은 일본에서 개발한 ‘청견’이다. 청견과 교배해서 나온 신품종이 한라봉·레드향·천혜향이다. 만다린은 주로 3~5월 국내 판매가 이뤄진다. 제
올해부터 제주감귤의 직거래(직계약) 군납이 중단되면서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대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갑)에 따르면 지난 24일 농협중앙회와 중문농협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감귤 군납 직거래 재개 방법을 논의했다. 제주감귤은 2014년부터 군수지원사령부와 직거래를 통해 군 장병들에게 후식용 과일을 제공해왔다. 특히, 2017년에는 만감류인 한라봉 군납에 이어 최근에는 천혜향까지 확대됐다. 2020년 장병 선호도 조사에서 감귤(4.50점), 한라봉(4.15점), 딸기(4.12점), 수입 바나나(1.20점) 순으로 감귤류는 후식으로 높인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2021년 조리와 급양관리 문제로 불거진 ‘군 급식 부실 사태’ 이후 감귤은 직거래 군납이 아닌 전자조달을 통한 경쟁입찰이 도입됐다. 그럼에도 2021~2024년까지 4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군납의 70%는 수의계약을 유지했지만, 올해부터 육군의 지침으로 ‘제주 주산지 대표 농협(중문·조천농협)과의 직거래 군납계약’ 문구가 삭제됐다. 이로 인해 제주감귤은 군부대 인근 군납 지정 농협이나 가락시장 경매를 통해서만 장병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군납 농협을 경유하면 5%의 수수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