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인천 22.4℃
  • 흐림원주 25.6℃
  • 수원 24.4℃
  • 청주 24.5℃
  • 대전 24.5℃
  • 흐림포항 29.5℃
  • 대구 28.9℃
  • 전주 25.7℃
  • 흐림울산 27.3℃
  • 흐림창원 26.0℃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순천 25.4℃
  • 홍성(예) 24.7℃
  • 흐림제주 29.7℃
  • 흐림김해시 25.1℃
  • 흐림구미 27.4℃
기상청 제공
메뉴

(대전일보) [뉴스 즉설]파란장미, 살라미…검수완박 치킨게임 총정리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검수완박'을 놓고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할 태세이고, 국민의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야 모두 마주달리는 기차와 같아요. 현재로서는 고속 질주하는 양쪽의 기차를 피할 수 있는 또 다른 레일이 안보입니다. 뉴스를 보는 힘을 길러주는 뉴스 즉설에서 강대 강 대결로 치닫는 검수완박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파란장미 시민행동이 불 당긴 검수완박

 

먼저 검수완박이라는 말이 왜 나왔고, 어떤 내용인 지 간력히 살펴보도록 하죠.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은 말 그대로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내용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게 남아있는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마저 빼앗겠다는 것이죠.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부터 박탈하고, 나머지는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한 후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다시 말해 4월 국회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의 수사권한을 없애고, 추후에 '한국형 FBI'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민주당은 12일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이런 취지의 검수완박에 대해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당론을 채택했어요.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검수완박이라는 말은 지난해 1월 처음 언론에 등장합니다. SNS에서 주로 활동하는 친문 성향의 '파란장미 시민행동'이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여권 의원들을 상대로 '검수완박' 서약문 작성을 압박하면서 시작됐죠. 서약문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검찰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도록 입법을 완수하겠다는 내용으로 민주당 김용민·이수진·장경태·황운하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김진애·강민정 의원 등이 서약에 동참했어요. 민주당은 당시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기 위해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추진했지만 야권의 반발과 청와대의 '속도 조절론'으로 멈추었습니다.

 

검수완박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직을 그만두게 한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신분으로 공개적으로 중수청 설치에 반대하면서 '검수완박 부패완판'이라는 말을 만들어 냅니다. 그는 지난해 3월 "지금 진행 중인 소위 말하는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필리버스터에 민주 살라미로 대응

 

민주당은 다음달 3일 국무회의 공포를 목표로 검수완박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내 172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친여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입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비쳤습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검수완박을 저지하겠다. 정의당과도 법안 추진에 대해 적극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죠.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려면 재적의원 3분의 2인 180석이 필요한데 정의당과 연대해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산술적으로 180석 확보가 만만치 않습니다. 민주당은 국회의원들과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 4명,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각각 1명,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까지 가세해도 179명으로 1명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정의당이 동참하지 않으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정의당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지만 대안 없이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반대 의견입니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중단을 시도할 때 정의당이 협조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당초 반대 의견이 우세했지만 윤석열 당선인이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하면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정의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회 회기를 짧게 나눠서 처리하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입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기 위해 4월 국회 회기 직후 다시 회기를 잡아 처리에 나서는 전략이다. 국회법상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자동으로 종료되고, 다음 회기가 열리면 가장 먼저 법안이 상정됩니다. 판사출신인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80분이 동의를 해 주셔야 하는데 못 하니까 회기를 짧게 잘라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어요.

 

#검수완박의 운명 결국 박병석 의장 손에

 

다만 이 방안도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박병석 국회의장이 회기를 잇따라 잡는데 동의를 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 의원은 "제일 관건이 박병석 국회의장님이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과 박 의장이) 소통을 많이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지금까지 의장단과 줄기차게 소통해왔고 저희 입장과 국민 여론을 전달했다. 국민적 요구를 잘 감안해주실 것"이라고 말했어요.

 

박 의장이 검찰개혁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책 없는 검수완박에 대해 찬성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마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겠지만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에너지경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13일 하루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검수완박 추진에 반대하는 응답자가 52.1%로 찬성 의견 38.2% 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박 의장은 나름 소신파이기도 합니다. 그는 지난해 언론중재법 처리 과정에서 상정을 미루고 국회 특위를 통한 논의를 이어가도록 중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모든 언론단체가 반대했고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민주당과 정책적인 공감대가 많은 정의당 조차도 '언론중죄법'으로 낙인찍었던 법안이었죠.

 

현재로서는 박 의장이 살라미에 동의할지 안할지 그 어느 쪽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검수완박에 대해 민주당이 만장일치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하지만 당내에 반대 기류도 많아요. 정의당뿐 아니라 민주당에 우호적이던 민변과 참여연대도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박의장이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대책도 없는 검수완박에 총대를 메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hteun@daejonilbo.com  은현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