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한 경쟁에 몰린 현대인들의 상황을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와 결부시켜 게임을 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치열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 같아 드라마를 본 뒷맛이 참 쓰다. 곤궁한 살림살이의 고된 인생을 살아가느라 각자도생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즘, 지역 예술계에서 ‘공존’을 외치는 공간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유난히 길었던 여름이 가고 찰나와 같은 가을의 어느 날, 공존의 예술을 꿈꾸는 김해의 하우스 콘서트 전문공연장 ‘마르떼 마네홀’을 찾았다. ‘마르떼’라는 간판이 있는 4층짜리 건물 입구에 서자 커다란 나무에 깎아서 입체 형상을 만든 문이 벌써 예술공간임을 알 수 있게 했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면 마네홀을 마주할 수 있다. 마네홀의 뿌리인 문화예술기업 ‘마르떼’를 운영하고 있는 김세훈(41) 대표가 이 공간을 처음 구상한 건 2016년이다. 음악교사로 10년간 재직한 김 대표는 “거창한 뜻을 품고 나온 건 아니고요.(웃음) 음악을 하는 제자들은 늘어나는데, 무대에 설 기회가 좀처럼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무대를 만들고 공연을 기획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만들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듬해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경남문화예술교
박제광 예술창작소 꿈꾸는 달팽이 대표가 진행을 맡았고 본지 신춘문예 출신의 김진희 시조시인과 최석균 시인, 유희선 시인, 장진화 동시인이 초대를 받았다. 먼저 1부 '시담시담(時談詩談)'에서는 유희선 시인을 초대해 시노래 '접시꽃 사랑(시 유희선, 곡 박제광)'과 시낭송 '엄마, 저는 시인이 되었어요'을 들려준다. 이어 최석균 시인과 대화를 나누고 '십구로 반상(盤上)' 낭송과 시노래 '별(시 최석균, 곡 박제광)'을 선보인다. 2부에선 김진희 시인이 '달빛 호수'를 낭송하고 시노래 '밀려가는 바다(시 김진희, 곡 박제광)'를 들려준다. 이어 장진화 시인의 동요 '샛별'과 '나 건들지마'에 박제광 작곡가가 곡을 붙여 노래한다. 특히 '나 건들지마'는 백다감 어린이와 장진화 시인, 박제광 작곡가가 가족으로 분해 유쾌한 무대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창작한 시노래 '유리의 성(시 이주언, 곡 박제광)'과 '삼천포(시 김형엽, 곡 박제광)도 만나볼 수 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오페라단인 경남오페라단이 30주년을 맞아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선보인다. 오는 10월 29~30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경남오페라단이 처음 관객과 만난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5일 오후 창신대 예술관에서 열린 첫 연습 현장을 찾아 배우들을 만났다. 지난 7월 오디션에서 뽑힌 주연배우 등 캐스팅된 주조연 출연진은 호흡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었다. 파리 사교계의 꽃으로 불리는 코르티잔 비올레타와 상류층 집안 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라 트라비아타’는 ‘축배의 노래’,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 등 아름다운 선율로 베르디 작품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귀에 익숙한 노래가 많은 데다 비극적 사랑과 공허한 관계 속에서 잃어가는 인간의 존엄성과 진실한 사랑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담아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최지형 연출자는 음악적 요소에 본인의 작품 해석을 더해 세밀하게 지도했다. 특히 1막에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파티에서 처음 만나 부르는 이중창 ‘축배의 노래’ 장면에서는 주인공의 동선, 등장하는 타이밍, 고개를 돌리는 방향 등을 꼼꼼하게 체
지난 20년간 경남문단의 신진, 중견작가들을 일별해볼 수 있는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경남문인협회(이하 경남문협)는 기관지 계간 ‘경남문학’ 가운데 ‘이 작가를 주목한다’에 선정된 작가 80명의 대표작과 그 작품을 조명한 평설을 한데 묶어 ‘경남문학이 주목한 우리 시대의 작가들’이라는 제목의 단행본 3권을 낸다. 이번에 출간된 1권은 28명의 작품이 실려 있고 올 연말까지 2, 3권을 펴낼 예정이다. 글이 실릴 당시엔 청년작가였지만 20년이 지난 오늘날 중견 문인이 됐고, 한국문단이 주목하는 작가로 성장한 이들도 다수다. 이달균 경남문협 회장은 “그동안 원로급 문인에 대한 조명작업은 활발히 이뤄졌지만 중견과 신진작가들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부족했다. 이번 기획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경남문학’ 1980년부터 2021년까지 수록된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어서 이미 작고했거나 경남을 떠나 타관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있어 20년간의 집적으로 경남문학의 문학사적 가치도 돋보인다. ‘이 작가를 주목한다’에 실린 작가의 사진은 20여년의 시차를 두고 있다. 모양새를 다듬기 위해 손묵광 사진작가가 힘을 보탰다. 지면이 협소한 탓에 ‘경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하우스콘서트'가 김해에서 열린다. 오는 10월 2일 오후 7시 김해 마르떼 마르홀에서 '이주은의 레전더리 마스터피스 시리즈' 다섯 번째 공연이 마련된다. 이 공연은 마네마르떼의 두 번째 하우스콘서트 기획시리즈로, 국내 최정상급 클래식 연주자를 초청해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고 있다. 수준 높은 연주뿐 아니라 평소에 관객이 듣기 어려운 연주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이주은 창원대 교수의 진행으로 연주자들이 평생을 함께하는 음악과의 관계, 첫 만남부터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이날 공연에서는 김덕우 바이올리니스트와 최경은 첼리스트가 이주은 피아니스트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주은 피아니스트는 "하우스콘서트인 만큼 객석과의 거리를 좁혀 클래식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공연이다"며 "최정상 연주자들의 연주와 음악적 삶,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편안한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전석 3만원. 문의 ☏312-0953.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진해 웅천출신의 항일독립운동가 주기철 목사 일대기를 그린 창작 오페라 무대를 창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주기철목사순교기념사업회(이사장 이정희 목사)와 창원시기독교장로총연합회(회장 임명곤 장로)는 향토출신 항일독립운동가 주기철 목사 일대기 '일사각오' 창작오페라를 오는 10월 2일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연다고 밝혔다. 주기철 목사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거부 등 항일독립운동가이자 기독교 순교자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1897년 11월 25일 창원 웅천에서 태어난 주 목사는 3·1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평양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어 평양산정현교회 목사로 부임했다. 1938년 신참배거부로 1차 투옥되는데, 이때 목사직도 강제 파면된다. 주 목사는 2, 3차에 이어 1940년 투옥된 후 가혹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1944년 4월 21일 순교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9년 영상음악회, 2020년 갈라오페라에 이어 3년 만에 완성된 창작오페라로 김동순 창원대 교수가 총감독을 맡았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지역 출신 성악전공자들이 무대를 꾸민다는 점이다. 배우민 지휘자와 이상민 연출가가 호흡을 맞추고 주기철 역은 테너 이해성과 정태성
깊어가는 가을, 창원시립교향악단(이하 창원시향)이 야외에서 화려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로 대중이 사랑하는 음악을 들려준다. 창원시향은 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진해야외공연장에서 '야외 팝스 콘서트'를 연다. 클래식의 대중화와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매년 열리는 이 공연은 관람객이 직접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할 정도로 창원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 녹화공연으로 진행된 아쉬움을 올해 대면 공연으로 떨친다. 김인호 창원시향 부지휘자가 공연을 이끈다. 김 지휘자는 활발한 연주경력과 수준 높은 연주력, 참신하고 다양한 레퍼토리 구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음악해석을 바탕으로 진지한 열정이 묻어나는 지휘로 이름나 있다. 지난 2008년 스페인에서 열린 호세 페리스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김 지휘자는 창원시향에서 부지휘자로 역량을 넓혀가고 있으며 앞으로의 행보도 활발하게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성재창 트렘펫 연주자와 김병섭 하모니카 연주자, 가수 강혜연이 함께 무대에 올라 '사운드 오브 뮤직', '문 리버', 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일부', '왔다 야, 막걸리 한잔', 클래식 모음곡 등을
가을밤, 풍류와 소통의 바람이 안방으로 찾아온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이하 가곡전수관)은 올해로 15번째 맞는 전통음악축제를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실황 중계한다. 가곡전수관은 14~16일 3일간 매일 오후 7시 30분에 2021 전통음악축제 ‘영송헌금추야연(永松軒金秋夜宴)’을 연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최소 관객 공연으로 진행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동시에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황중계 한다. ‘영송헌금추야연’은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 열리는 가을 밤의 연희라는 뜻으로 가곡전수관 대표 공연프로그램이다. 올해 전통음악축제는 가곡이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인 ‘가곡’과 풍류방음악, 민속음악 그리고 우리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연주하는 창작음악으로 전통음악축제를 마련했다. 첫째 날은 '퓨전국악밴드 비원'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들이 함께 만드는 우리 음악의 계승과 도약을 꿈꾸는 젊은 예술가들의 무대를 선보인다. 다음 날은 지역의 신진예술가들로 구성된 '블라썸 국악실내악단'의 민속음악 공연을, 셋째 날은 가곡전수관의 '국악연주단 정음'과 영송당 조순자선생의 제자들로 구성된 '영송당가곡보존회'가 준비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가을의 초입, 따뜻한 클래식 선율로 가을을 여는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창원시향 정기연주회= 수준 높은 연주력을 선보이는 창원시립교향악단이 오는 16일 오후 7시 30분 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제336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천상의 삶'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음악해석을 추구하는 김인호 지휘자가 단원들을 이끈다. 전반부 프로코피에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할 피아니스트 유영욱은 스페인 산탄데르 국제 피아노 콩쿠르 대상, 독일 본 국제 베토벤 피아노 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 유 피아니스트는 300여회 해외 콘서트투어를 통해 관객들과 현지 언론들의 찬사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 교수로 활발한 연주활동과 더불어 후학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후반에 연주할 말러 교향곡 제4번은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밝음과 순수함을 잘 내포한 곡으로, 제목처럼 천상의 삶을 노래한 작품이다. 보헤미아 민요풍의 멜로디가 녹아있어 쉽게 감상할 수 있다. 끝 악장은 길이가 짧은 ‘가곡’으로 이뤄져 있는데, 소프라노 김유섬이 아름다운 음색으로 노래한다. 김유섬 소프라노는 오페라 멕베드, 나부코, 토스카, 나비부인 등에서 주역을 맡아
함안군이 가야읍 산책로 아라길에 친일 행적 문학평론가 조연현(1920~1981)의 '진달래’ 시판을 설치해 지역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참여와연대를위한함안시민모임은(이하 시민모임) 7일 성명서를 내고 시판 철거를 요구했다. 시민모임 조현기 대표는 "함안군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며 "군은 당장 조연현 시판을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詩가 있는 아라길' 시판 설치 구간은 아라길 어린이놀이터 부근부터 함안교 방향으로 200m로, 함안군이 지난 6월 28일 출향시인 및 함안 시인 중 등단 10년 이상자의 작품 31개를 문협으로부터 추천받아 설치했다. 시민모임은 성명서에서 "조연현은 당시 일본이 벌이는 전쟁에 전국의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선동했다"며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도 이름이 오른 명백한 친일인물이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조연현은 함안 출신으로, 동국대 교수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대한민국 문화포상을 비롯해 예술원상, 국민훈장 동백장, 3·1문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창씨개명 후 '동양지광', '문학자의 입장' 등 일제를 위한 글을 써 ‘친일문학인 42인’에 포함됐다.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