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에 조류인플루엔자(AI)·아프리카돼지열병·구제역의 '트리플 악재'가 덮쳤다. '봄이 와도 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축산농가는 매년 반복되는 가축 전염병에 시린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이달 초 '가축전염병 청정지역'으로 불리는 전남에서 구제역 발생, 경기 양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소식이 전해진 뒤 세종시와 충남 천안 등 충청권에서 AI 발생 소식이 잇따르며 축산농가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세종시의 전의면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 항원이 검출돼 해당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6만 5000마리를 살처분했다. 또한 산란계 8만 마리를 사육하는 천안의 한 농장에서 AI 항원이 추가로 검출됐다. AI 발생에 따라 세종시는 해당 농장 10㎞ 방역대 안에 있는 가금 농가 16곳에서 키우는 닭과 오리 등 240만 마리의 이동제한 명령을 내렸다. 충남도는 H5형 항원 확인과 함께 발생 농가에 초동대응팀과 소독 차량을 긴급 투입해 출입 통제, 역학조사 등 방역 조치를 시행 중이다. 정부는 갑작스런 가축 전염병 확산 사태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AI 확
4월 조기 추경에 민생경제 활력 도모해야 "요금 인상 안 돼" 2017년 준공영제 후 연간 1200억원 지원에도 이용률 '제자리'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과 이용률 제고한 후 인상안 검토해야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제주도의 버스요금 인상에 반대 의견을 냈다. 제주도는 11년 전인 2014년 7월 이후 동결된 버스요금 1200원을 1500원으로 25%(300원) 인상을 추진 중이다. 도는 준공영제로 시행으로 버스회사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연간 1200억원에 달하면서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정민구, 더불어민주당·삼도1·2동)는 20일 436회 임시회에서 도가 제출한 ‘도 버스요금 조정 의견 제시의 건’을 심의한 가운데 요금 인상을 반대했다. 이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오라동)은 “내수경제와 민생이 어려워 무료 주차시간까지 연장하고 있는데, 이 시기에 버스요금을 인상하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송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읍)은 “4월에 조기 추경을 하면서 민생경제 활력에 힘을 쏟고 있는데, 인상안에 누가 동의하겠느냐”며 “서비스 개선과 이용률 제고 없는 요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태완 도 교통항공국장은 “
그라운드에 봄이 찾아온다. 2025 프로야구가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를 비롯한 전국 5개 구장에서 22일 오후 2시 일제히 막을 올린다.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제임스 네일을 앞세워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시즌 첫 승 사냥에 나선다. NC에서는 새 외국인 투수 로건 앨런이 선발로 나와 KIA의 막강 타선을 상대하게 된다. 올 시즌 KIA는 이견 없는 ‘우승 후보’다. 지난해 우승을 이끌었던 네일이 팀에 잔류했고, ‘빅리거’ 출신의 아담 올러가 가세하면서 막강 외국인 원투펀치가 구성됐다. 여기에 ‘좌완 토종’ 양현종과 윤영철로 선발 두 자리를 채운 KIA는 5선발 경쟁 끝에 우완 김도현으로 선발진을 완성했다. 빈틈없는 선발진에 불펜도 최강으로 꼽힌다. 지난 시즌 불펜의 마당쇠로 활약한 장현식이 FA를 통해 LG로 이적했지만, KIA는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마무리 출신 조상우를 영입해 불펜을 강화했다. 지난 시즌 ‘MVP’ 김도영이 이끄는 타선은 더 강해졌다. 우승 멤버들이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고, 빅리그에서도 파워를 과시했던 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이 무게감을 더했다. 지난 2년 부상으로 개막전 출전이 불발됐던 주장 나성범도 최상의 컨디션으
전북 유일의 무역항인 군산항이 고질적인 토사 퇴적 문제로 외국 업체까지 고개를 돌리는 상황에 이르면서 군산항의 상시 준설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수심 문제로 지난 2월 18일 군산항에서 하역작업을 하던 3000톤급 선박이 해저에 닿는 사고가 발생한 일이 있으며 군산항과 10여 년 간 관계를 맺어온 벨기에 원자재 공급업체는 다른 항만으로 발길을 돌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군산항의 계속된 토사 퇴적으로 인한 수심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이에 전북특별자치도가 지역항만공사 설립을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20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군산항의 고질적인 토사 퇴적 현상으로 연간 300만㎥ 토사가 쌓이고 있지만 준설량은 60만~70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토사가 쌓여 제 기능을 못하는 군산항의 상황이 심각한 가운데 항만 활성화를 위해 추가 준설토 투기장 조성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사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는 군산항은 해마다 준설 예산으로 100억 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전체 토사 중 3분의 1밖에 처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해양수산부
서울시가 손바닥 뒤집 듯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를 번복하면서 애꿎은 지방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강남 집값이 널뛰기하는 동안 투자자들의 ‘서울 불패’ 인식은 공고해져 지방 자본마저 서울로 유입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다시 조이게 되면, 겨우 고개를 내밀던 지방 부동산 수요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전격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지 겨우 35일 만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 3구에서 시작된 집값 급등이 다른 지역으로 번져나가자 해제 구역을 재지정하는 데서 나아가 더 넓은 구역을 새로 묶어버린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렸던 한 달 사이 서울 부동산은 그야말로 ‘불장’이었다. 이달 둘째 주 송파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72%, 강남구는 0.69%, 서초구는 0.62%씩 올라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갭투자 비율이 상승하며 투기성 거래의 증가 신호도 포착됐다. 강남 3구의 집값 급등은 서울 전체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나요?" 누군가는 꽃 피는 거리를 걷고, 누군가는 따스한 햇살을 창문 너머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곳 경북 영양군 죽파리의 자작나무숲에서는 계절이 조금 다르게 흐른다. 겨울의 마지막 눈이 수피(樹皮)에 내려앉아 있고, 봄의 첫 기척이 바람 끝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이 숲은 아무 말 없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당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제 그 고요한 순백의 숲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30년 기다린 숲…꽃말 '당신을 기다립니다' 봄은 아직 머뭇거리지만, 숲은 먼저 계절을 품기 시작했다. 영양 자작나무숲에는 겨울의 마지막 숨결과 봄의 첫 기척이 동시에 머물고 있다. 경칩(만물이 잠에서 깨는 시기, 3월 5일)이 지났지만 자작나무숲 곳곳엔 소복한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그러나 그 위로 내리쬐는 햇살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봄이, 지금 이 숲으로 향하고 있다고. 숲에 발을 들이는 순간 한 편의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하얀 자작나무들이 쭉쭉 뻗은 채 하늘을 향해 자라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수피에 햇살이 닿을 때마다 은빛이 번쩍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지마다 걸린 눈꽃은 아직 겨울의
“어린 시절 동네 형들을 따라 제일극장에서 본 ‘십계’가 처음 본 영화였습니다. 당시 티켓값이 100원이었죠. 십계, 벤허, 타이타닉…. 세월이 흘러도 그 아름다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영화 속 배우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강렬함이 전해지던 극장 간판, 어둑한 상영관과 어디선가 풍겨오는 달콤짭짤한 냄새, 작은 몸을 압도하는 대형스크린…. 지역민들을 웃고 울리던 영화의 추억들이 가득 담긴 광주의 극장들. 그러나 지역의 극장들은 시대 흐름과 함께 새롭게 생겨나고 변화하고 사라져갔다. 광주 극장들의 역사를 담은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광주시 동구가 엮은 ‘동구의 극장과 사람들’은 영화계 원로들이 전하는 광주 극장들의 흥망성쇠에 관한 이야기이다. 위경혜 전남대 연구교수가 책임과 감수를 맡았으며 임인자 독립책방 ‘소년의 서’ 대표, 윤연우 시각예술작가가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1917년 일제강점기 광주 최초의 극장 ‘광주좌’가 황금동에 자리잡은 이후 동구는 광주의 영화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해방 이후 무등극장과 광주극장 등 충장로와 금남로, 광주천변을 중심으로 영화관들이 차례차례 생겨났다. 하지만 TV와 비디오의 보급으로 극장
마산의 한 건물, 무당집 문을 열고 3층으로 올라오면 장두루(25) 작가의 ‘신당’ 같은 작업실이 나온다. 왜 신당이냐, 장 작가는 작업실에 여러 신들을 모시고 있는 듯하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까지는 아니옵고 어디선가 잊히고 있는 신들이다.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물건에 혹은 공기 중에, 흔들리는 나무 속에, 설화 속에, 그림 속에도 들어 있다. 그래서 그의 작업실은 재밌다. 잊히는 신들처럼 잊히는 이야기가 다시 그려지는 공간이다. -이번이 첫 작업실이라고. △2023년 가을 즈음 들어오게 됐다. 사실 옛날에 우리 가족이 살았던 집이다. 2층에 집주인인 이모가 살았고, 3층에 가족과 살다가 제가 8살 즈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다음 이사 오신 분이 오래 살다가 이사를 가셨는데, 이모 배려로 제가 청소를 하면서 이곳을 쓰기 시작했다. -작업실로 올라오는 길에 물고기 벽화를 봤다. 작가님이 그린 것인지. △중학생 때 사촌언니랑 같이 그린 벽화다. 건물이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이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건물도 많이 낡았고, 동네 자체가 환하진 않아서 어두운 느낌을 없애고자 이모가 부탁해서 그렸다. 안으로 좋은 기운이 들어오게 헤엄쳐 올라오는 물고기들을
독창적인 채색으로 제주의 자연을 따뜻하게 그려내는 고은 화가의 제16회 개인전 ‘제주의 풍경’이 지난 15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의 시골 풍경과 숲, 바다를 주제로 제주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표현한 고은 화가의 작품 25점과 드로잉이 선보이고 있다. 고 화가는 제주의 정경을 장지위에 분채로 표현하는 채색화 작품을 고수하고 있다. 전통채색 방법과는 다르게 한국화의 전통 방식인 수묵화의 필선에 채색화를 접목시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냈다. 제주의 정서를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표현한 작품에 작가의 따뜻한 감성이 더해진 것들이다. 하계훈 미술평론가는 “작가는 화면 밖 관찰자의 위치에서 작품을 제작하면서 동시에 화면 속에서 생활하던 과거의 작가 자신으로 소환돼 화면에 암시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며 “고은의 작품 속 평상과 집, 꽃밭이 있는 마당은 온갖 사건들의 희로애락을 겹겹이 담고 있는 우리의 서사이고 작가의 경험과 추억이고,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해 주는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고 화가는 제주대와 성신여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제주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가끔 진행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조사를 보면, 빈센트 반 고흐는 늘 빠지지 않는다. 그의 진품을 볼 수 있는 내한 전시는 10년에 1번 정도로 드물게 열리고, 유럽과 미국 유명 미술관이 소장한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고흐와 연관된 전시도, 그의 작품을 활용한 아트 상품은 여전히 막강한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 미술과 여행 분야를 오래 취재한 덕분에 미국, 유럽에서 고흐의 그림들을 직접 마주할 기회가 많았다. 유명 작품을 실제로 보면, 의외로 “생각보다 평범하네” “책에서 본 그대로다”라는 느낌이 많다. 아마도 학창 시절 화려한 형용사로 묘사한 그림에 관한 설명이 선입견을 만들었던 것 같다. 다행히 고흐의 그림은 볼 때마다 놀라웠다. 그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그린 정물, 풍경, 인물화는 신기하고 신비했다. <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은 사실 반 고흐라는 단어에 꽂혀 읽기 시작했다. 직업, 전공과 관계없이 평소 인문학 철학 예술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 분야 전문가를 능가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라 저자가 천문학자라는 사실이 특이점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천문학적 지식과 배경을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