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한아, 눈을 뜨지 않아도 알 것이다. 네가 살아가게 될 땅이다. 죽어서는 아니 된다. 악착같이 살아남아 언젠가는 꼭 만나자꾸나. 그러니 잘 봐두거라. 저 마을을, 이 포구를, 그리고 어미의 타는 가슴을. 너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너를 지키는 것이다. 나와 함께 제주로 가게 되면 너는 일평생 천한 노비로 살아갈 뿐 아니라 이 어미의 욕된 꼴을 함께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네가 황사영, 정난주의 아들이 아닌 황경한 네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양반도 천출도 아닌 이 땅을 살아가는 보통의 양민이 되어, 때론 주리고 고통받겠으나 강인함으로 살아남아 끝끝내 또 다른 생명을 일구어가는 그러한 사내로 말이다.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말거라. 태생에도, 사상에도, 신앙에도……. 천 일 만 일을 하루같이 그리워하고 애태우며 아끼고 사랑할 것이다, 아들아.’ 다산 정약용의 조카 정난주 여인의 일대기를 그린 김소윤 작가의 소설 ‘난주’의 한 대목이다. 초기 천주교인들이 다수 처형되고 유배됐던 1801년 신유박해 때, 제주도로 유배 끌려가던 29세 여인 정난주가 추자도 바닷가에 서서 읊조리는 장면에서다. 그녀는 품속 2살 난 아들에게 그가 홀로 남겨질 추자 섬의 풍경을 미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만나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과 결단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영훈 당선인실은 22일 SNS를 통해 문 전 대통령과 오 당선인의 만남을 공개했다. 오 당선인은 지난 21일 양산 평산마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만났다. 오 당선인은 “어제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님과 김정숙 여사님을뵙고 왔다. 또 다른 가족 토리도 반갑게 환영해 주었다”라고 전했다. 오 당선인은 “제주도민을 대표해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대통령님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결단, 결실에 깊은 감사를 드렸다”면서 “되려 대통령께서는 국가폭력의 책임이 있는 정부의 부족한 부분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신 제주도민께 감사하다는 답변을 주셨다”고 밝혔다. 오 당선인은 이어 “아울러 윤석열 정부에서 6·25 이후 발생된 국가 폭력 희생에 대한 정의로운 해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이셨다”며 “대통령께서 바라신 제주의 봄이 다시금 희망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저 역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강재병 기자 kgb91@jejunews.com
익산 나바위성지에 전시와 공연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선다. 익산시는 복합문화시설 건립과 함께 각종 보수·정비를 병행해 나바위성지를 지역 대표 종교문화 관광지로 탈바꿈시키고 관광산업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22일 시에 따르면 나바위성지에 전시시설과 공연장, 연수시설 등을 갖춘 ‘나바위성지 문화체험관’이 건립된다. 여기에는 국·도비 40억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100억원이 투입되며, 지하 1층 및 지상 2층 연면적 2300㎡ 규모의 전시시설과 피정·연수관 시설 등 조성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된다. 천주교 전주교구에서 시행하는 이번 사업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전라북도로부터 보조금 교부 결정을 받아 탄력을 받게 됐다. 앞서 시와 천주교 전주교구(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나바위성지 의의를 계승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성지문화체험관 건립을 강력하게 건의한 바 있다. 양 측은 나바위성당이 지닌 종교·문화·역사적 의미 보존과 김대건 신부의 최초 기착지라는 독자적인 콘텐츠를 활용한 관광 자원화에 뜻을 모으고,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열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와 함께 시는 각종 문화행사와 전시회를 개최할 수
“전북도민들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광역 교통망 구축입니다. 철도와 고속도로, 공항, 국도 등 사회기반시설(SOC) 확충이야말로 전북의 발전을 이끌 것입니다. 현재의 개발은 남북방향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진정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소외된 전북을 기축으로 한 동서축 개발이 신속히 진행돼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 균형발전 기조에 맞춰 낙후와 소외로 피해를 받았던 전북에 과감한 투자와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북일보와 본보 리더스 아카데미 제9기 원우회가 올해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민선 8기 지방정부 공식 개막을 앞두고 마련한 ‘전북 발전 방향의 도민 대토론회’가 22일 전주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과 전북의 대응방향’, ‘윤석열 정부의 새만금 개발 방향과 의의’를 주제로, 전북 발전의 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전북의 현주소를 재조명함으로써 도민 역량 결집을 이뤄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과 황석규 전북일보 리더스아카데미 제9기 원우회장, 김관영 전북도지사 당선인의 인사말로 막을 올린 토론회는 박기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의 발표와 김재구 전북연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만에 해제됐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올해는 그동안 미뤘던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계적인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해외보다 비용 부담이 적은 국내로 수요가 몰린다. 동해남부선 폐선 관광시설로 재탄생 가장 가고 싶은 부산 여행지로 선정 미포~청사포~송정 느긋하게 감상 SNS ‘핫플’로 연중무휴 예약 필수 ■바다를 안고 달리는 힐링 열차 여행 부산은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특히 무더운 휴가철에 가장 사랑받는 여름 관광도시다. 부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를 꼽으라면 단연 해운대블루라인파크다. 동해남부선 폐선을 관광시설로 활용한 해변열차와 해안선을 10m 위에서 내려다보는 스카이캡슐이 일품이다. 지난해에는 부산관광포털 ‘VISIT BUSAN’에서 선정한 ‘방문하고 싶은 부산여행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동해남부선은 일제가 한반도의 자원을 수탈하려고 만든 철로다.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을 잇는 부산의 ‘삼포 해안길’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삼포 해안길은 영화 ‘해운대’ 촬영지로 잘 알려진 미포에서 시작해 달맞이고개 아래
경북도, 친환경 기차여행 여행 지원금 이벤트 ○…경상북도는 9월 30일까지 ‘여행 지원금 받고 경북으로 떠나는 친환경 기차여행’ 이벤트를 실시한다. 부산 등 8개역에서 KTX 기차를 타고 경북의 안동, 풍기, 영주, 김천구미, 신경주, 포항, 동대구역에 내려 여행하는 사람에게 1인당 최대 5만 원의 지원금을 주는 행사다. 경북 유료관광지 입장권, 숙박 영수증, 1인 1만 원 이상 영수증을 모아 제출하면 된다. 문의/대구권 여행센터(053-940-2223), 경북권여행센터(054-639-2293). 포르투갈 순례길 카미노 소개 서적 국내 첫 출간 ○…포르투갈 순례길인 ‘포르투갈 카미노’의 정보를 담은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출간됐다. 여행작가 김선희 씨는 최근 포르투갈 카미노를 직접 돌아본 정보를 담은 〈아주 친절한 포르투갈 순례길 안내서〉를 펴냈다. 포르투갈 카미노는 리스본에서 출발해 코임브라, 포르투를 거쳐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660km 순례길이다. 세계 순례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찾는 순례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경남도, 여름 비대면 안심관광지 13곳 선정 ○…경남도는 2022년 여름 비대면 안심관광지 13곳을 선
부산시에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를 전담하는 추진본부가 신설된다. 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부산 이전 등을 추진하는 별도 조직도 설치된다. 부산시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기구 설치와 정원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2030엑스포추진본부다. 부산시는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 세계박람회 개최지가 결정되는 내년 11월까지 한시적으로 3급 간부가 이끄는 엑스포추진본부를 운영한다. 지금까지는 4급 간부가 2030엑스포추진단을 이끌고 있다. 금융창업정책관도 새롭게 도입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부산 이전 등 금융 인프라 구축과 창업 생태계 조성 업무를 전담한다. 산업통상국은 미래 산업 발굴과 육성을 전담하는 미래산업국으로 재편되며, 관광마이스국과 문화체육국을 행정부시장 산하로 둬 관광 산업과 문화 콘텐츠 융합을 시도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국제아트센터 개관 업무를 담당할 문화시설개관준비과도 신설된다. 도시균형발전실 산하에는 15분도시기획단과 북항재개발추진과가 신설된다. 이는 15분도시 조성과 북항재개발 사업에 대한 부산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건강국은 시민안전실 산하로 직제 변경되는데,
모든 현금을 주식이나 암호화폐, 부동산 등 미래 자산에 뒤늦게 몰아넣었던 2030세대 ‘영끌족’이 ‘자산의 역습’으로 패닉에 빠졌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자산가치가 폭락하자 이들이 영혼을 걸었다던 부에 대한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자산투자를 권했던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과감한 선택을 했던 이들은 사회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낀다. 평범한 부산 청년 '3인의 이야기'를 통해 영끌족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대출 받아 투자 우량주 ‘반토막’ 암호화폐 ‘숏 투자’ 투자금 날려 신용대출로 집 샀다 고금리 폭탄 불경기·금리 인상·고물가 ‘악재’ 부에 대한 희망, 절망의 나락으로 ■“‘삼전’은 괜찮다면서요.” 지난해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이 모(29) 씨는 요즘 오전 9시만 되면 심장이 쿵쾅거려 업무에 집중이 되질 않는다. 주변에 “주식으로 날린 돈을 합하면 중형차 한 대 사고, 남미 여행도 다녀올 정도”라고 한탄하는 것도 지쳤다. 주식 투자에 막 발을 담갔던 이 씨는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 등 코스피를 대표하는 우량주에 돈을 밀어넣었다. 바이오나 정치 테마주 등 한탕을 꿈꾸지 않고, 더디지만 올바른 길을 걷는다고
동해는 희망이다. 동해는 소통이다. 새로운 도약이다. 지난 3월, 울진등 동해지역에 산불이 발생했다. 서울시 면적의 40%, 축구장 25,000개 규모의 산림이 한번의 실수로 홀라당 사라져 버렸다. 역대 최악이다. 사라진 잿빛속에도 희망은 늘 피는 법이다. 88명의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자전거 라이더들이 뭉쳤다. 희망의 불쏘시개를 틔운다. 서울, 경기, 울산, 경북, 대구등지에서 모여던 두바퀴는 "울진 산불피해 극복을 위한 사랑의 라이딩"에 기꺼이 동참한다. 화마속에 잠시 실의에 빠졌지만, 새 희망의 물동이를 다시 들이붇기 위해서 88명의 라이더들은 동해의 샛푸른 바다길을 달리며 울진땅에, 동해땅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십시일반으로 호주머니도 모았다. "사랑해요! 울진!!" 불끈 쥔 두 주먹속에 모아둔 600만원의 사랑도 전했다. 동해를 내지르는 자전거는 사랑과 희망의 두바퀴다. 그렇다. 동해는 생명이고 푸른바다는 희망이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동해안 자전거 길-해파랑길' (770Km) 2016년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을 잇는 동해안 해안선따라 우리나라 최장 트레일 코스가 만들어졌다. 770Km에 이르는 장대한 길이다. 떠오르는 '해' 와 푸른바
내년 10월 준공 예정의 대구역네거리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입주민들은 벌써부터 극심한 교통 혼잡과 출·퇴근 불편을 우려하고 있다. 803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자가용 통행을 제한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대구역네거리 1.05km)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태평로 및 이면도로에서만 진·출입이 가능하다. 이면도로는 북성로 공구상가와 맞물려 극심한 혼잡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주변 신축 아파트가 앞으로 수년간 봇물을 이룬다는 점이다.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중교통전용지구 인근에서만 24곳, 6천가구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대로는 신축 아파트 교통 민원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대 상인들은 "교통 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신축 아파트 주변은 물론 대구 도로 전체 교통 상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구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도입 13년째를 맞아 변화의 갈림길에 놓였다. 시민들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지만 유동 인구가 줄면서 인근 상권이 쇠락하고, 주변으로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잇따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