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호러가 인상적인 판타지 소설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가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부커재단이 지난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정보라의 ‘저주 토끼’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6편에 선정됐다. 함께 1차 후보에 올랐던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안타깝게 최종 후보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이 부문 최종 후보에 포함된 것은 세 번째다. 지난 2016년 한강 소설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역시 한강의 다른 소설 ‘흰’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9년에는 황석영 소설가의 ‘해질 무렵’이 1차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 후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최종 후보에 오른 ‘저주 토끼’의 번역은 스웨덴에서 태어난 한국인 번역가 안톤 허(본명 허정범)가 맡아 눈길을 끌었다. 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안톤 허는 2018년부터 신경숙의 ‘리진’과 ‘바이올렛’, 황석영의 ‘수인’ 등을 번역했다.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는 세상의 몹쓸 것들을 응징하는 어여쁜 저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SF 판타지를 대표하는 정 작가의 다섯 번째 책으로 모두
열매에도 배꼽이 있다!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수미)이 진행하는 ‘박물관 숲 이야기’에 가면 나무에 관한 다양한 지식 외에도 ‘범’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에 대한 내용도 들을 수 있다. <사진>광주박물관은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둘째주 토요일 ‘박물관 숲 이야기’를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박물관 정원을 거닐며 숲의 가치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또한 다양한 체험과 아울러 전시를 감상할 수 있어 여유와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먼저 4월에는 ‘박물관에 범 내려왔네!’를 주제로 범이라는 식물 이야기를 듣는다. 이어 5월에는 찻잎 향기 봄바람에 휘날린다는 내용을 모티브로 ‘초록빛 다향 연가’에 대한 강연을 듣는다.이후 ‘흙을 사랑한 대지의 여신’(6월), ‘조선을 구한 나무 이야기’(7월), ‘여름날의 꿀’(8월), ‘열매 속에 차곡차곡’(9월), ‘단풍잎, 가을날의 몬드리안’(10월) 등이 진행된다.이번 프로그램은 산림문화연구소와 함께 진행하며 회당 20명 2팀(총 40명) 내로 운영된다. 모두 무료로 진행되며 참가신청은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 마감한다. 문의 062-570-7800./박성천 기자 skypark@kwan
겨울과 봄은 늘 그렇듯 시소게임을 한다. 두 계절의 경계는 늘 길항의 관계다. 쉽게 자리를 내어줄 수 없는 겨울은 언제나 시샘을 부린다. 매서운 추위의 끈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는다. 그에 반해 봄은 서둘러 따뜻한 나라로 진입하려 한다. 그러나 겨울에 옷자락을 붙잡혀 쉬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모든 경계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의 관계가 드리워져 있는 법이다. 그렇게 봄으로 넘어온 계절은 특유의 ‘자랑질’을 시작한다. 봄꽃이 물밀 듯이 올라오고 나무마다 초록의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꽃샘추위를 조금 벗어나자 사방이 화사한 기운으로 물든다. 땅의 기운이 충만하고 생명들이 부지불식간에 존재를 알려온다. 어디로든 떠나고픈 시간이다.경주라는 도시는 신비로운 도시다. 꽃샘추위를 전후 한 봄날에 찾는 경주는 이색적인 감성을 선사한다. 경주는, 신라의 수도라는 단선적인 말로는 포괄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팔색조의 도시다. 화려함과 고적함, 이채로움이 깃들어 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 해도 무방하다. 하나의 역사 교과서이자 ‘오래된 미래’와 ‘현존하는 과거’가 조화를 이룬다. 어디에서도 문화재를 볼 수 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든다. 경주
성경에 나오는 ‘렙톤’이라는 단어는 예수님 시대 유대인들이 통용하던 주화의 최소 단위다. 1렙톤은 로마 화폐 콰드란스의 2분의 1에 해당한다. 가치로 환산하면 당시 노동자 하루 임금인 한 데나리온의 128분의 1 정도에 달한다. 아주 액수가 작은 돈이다. 그러나 성경 속 과부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질마저 바쳤다. 예수님은 이를 하느님께 생명을 바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여겼다. 가난한 과부가 봉헌한 렌톤 두 닢은 어떤 이가 봉헌한 것보다 많은 것임이 틀림없다. 전시장 안으로 보이는 렙톤은 그 크기가 너무 작아 자세히 볼 수 없다. 동그란 형태라기보다 타원형에 가깝다. 얼핏 보기에도 보잘 것 없는 모양이다. 가치로 보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다. 그러나 성경 속 과부에게 그 돈은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 작은 돈일지언정 기꺼이 봉헌했던 과부의 믿음과 신앙은 오늘의 우리에게 진정한 소유와 가치의 의미를 묻는다. 국내 최초 천주교 교구 지역박물관인 광주가톨릭박물관(박물관)이 지난 19일 개관식을 열고 상설전 ‘이 땅에 빛을’ 개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서는 ‘로마 미사 경본’을 비롯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대교구 활동상 등
그녀는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의 3대 여류 문인이었다. 부안에서 태어났으며 원래 이름은 계생 또는 향금이었다. 호는 ‘매화가 핀 창’이라는 뜻의 ‘매창’(梅窓)이었다. 다분히 문예적이며 운치가 감도는 호다. 그녀는 시와 음악에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시문에 능했으며 거문고를 잘 탔다. 오늘날로 치면 전천후 아이돌스타다. 다재다능한데다 문리에 밝았다. 바로 이매창(1573~1610)이다. 고전문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했던 이들이라면 이매창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혹여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다음의 시를 읽어보자.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이별을 소재로 한 시 가운데 최고의 절창으로 꼽힌다. 새하얀 배꽃이 화르르 떨어지는 날, 여인은 님과 이별을 했다. 세월이 흘러 어느 가을 낙엽이 떨어지던 날, 불현 듯 이별했던 님 생각이 난다. 멀고 먼 거리여서 만날 수 없는데, 사무친 그리움만 꿈처럼 아득할 뿐이다. 그녀의 부친은 부안 아전(衙前)이었던 이탕종이었다. 서녀였던 데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
순천 송광사와 선암사는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여순사건 등의 고난 속에서도 한국불교의 맥을 이어온 대표적인 천년 고찰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선암사와 한국 승보종찰조계총림 송광사의 아름다운 풍경과 불교 철학의 사유를 시와 사진으로 담아낸 시집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던 석연경 시인이 펴낸 ‘시와 사진으로 만나는 순천 사찰 기행-둥근 거울’(문학들)은 순천의 대표 사찰 송광사와 선암사를 시와 사진으로 보는 인문여행 길잡이 책이다. 책은 전남 사찰 기행 시리즈 첫 번째 시집으로 발간됐다. 모두 62편 시와 사진 94컷으로 구성된 작품집은 송광사와 선암사 본찰과 암자를 비롯해 말사들을 모티브로 한다. 실제 풍경과 사진 아울러 시가 함께 수록돼 있어 다각도로 고찰의 역사와 아름다움,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다.“송광사 대웅보전에 가보라/ 가지런히 신발 벗고/ 없는 마음 내리고/ 없는 괴로움도 버려라// 합장하고 무릎 꿇고 절하면/ 과거 연등불 현재 석가모니 미래 미륵불이/ 무아이며 무상이니 공이며 중도라/ 연기적 세계에 갈 곳 알려주네”(‘송광사 대웅보전’ 중에서)시인은 대웅보전에 들기 위해서는 무심과 무욕을 강조
흔히 말하기를 창작은 산고의 과정이라고 한다. 고통이 수반되는 지난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마치 거미가 좔좔 실을 뽑아내듯 머릿속의 영감을 구현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작가들은 거미처럼 글을 뽑아내는 문인들을 가장 부러워한다. “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순풍순풍 글을 낳게 된답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눈이 번쩍 뜨였다. 어떻게 하면 글을 그렇게 술술 풀어낼 수 있을까. 담양 ‘글을낳는집’. 이곳은 문인들이 일정기간 숙식을 해결하며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공간다. 지난 2010년부터 김규성 시인이 담양(대덕면 용대리 555번지)에 터를 잡고 문을 열었다. 창작을 하는 시인이기도 한 김규성 씨가 이곳의 실질적인 촌장이다. 그는 “글을 손이나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낳아야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며 “유명 문학관이나 호화 팬션에 비해 작고 조촐하지만 인적이 드물고 쾌적한 천혜의 무공해 청정지역에 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원래 그의 고향은 영광이다. 50대 중반까지 가장으로 장남으로 대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시인은 이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뒤늦은 나이에 문단에 등단한 터라 늘 가슴속에는 문학에
지난 2016년부터 7년째 사랑을 받아온 ‘ACC 브런치 콘서트’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대표 공연이다. 그동안 클래식, 뮤지컬, 국악, 서커스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으며, 다채로운 음악과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적잖은 재미와 감동을 안겨줬다. 올해도 ACC 브런치 콘서트가 관객을 찾아온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은 올해 첫 상설공연인 ACC 브런치 콘서트를 오는 30일 오전 11시 ACC 예술극장 극장2에서 연다. 해 브런치 콘서트 시작은 클래식과 판소리의 만남이다. ‘이응광X이봉근의 클래식, 판소리를 만나다’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작곡가 슈베르트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해 그의 삶과 음악적 과업을 들려준다. 먼저 이응광이 ‘송어’, ‘마왕’ 등을 통해 슈베르트 심정을 풀어낸다. 이봉근은 판소리 주요 레퍼토리인 ‘사랑가’, ‘사철가’ 등을 들려주면서 화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바리톤 이응광은 2020년과 2021년 시즌 스위스 루체른 오페라극장 ‘세비야의 이발사’의 타이틀 롤 데뷔를 매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봉근은 장르를 넘어 활동하는 대중적인 소리꾼으로 국악 뮤지컬 단체인 ‘타로’의 창단 멤버로 ‘앙상블 시나위’, ‘적벽’ 등에서 활동하고
템플스테이는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사찰에서 참선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힐링을 하는 시간이다. OECD가 선정한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우수 문화상품’으로 꼽힐 만큼 지명도가 높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파란 눈의 이방인들에게 우리의 사찰의 아름다움과 고즈넉함, 여백의 깊이를 선사했다.템플스테이는 현재 전국의 사찰 143곳에서 운영할 만큼 보편화됐다. 지난 2021년 12월 기준 템플스테이 체험인원이 600만 명을 넘었다. 그만큼 템플스테이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박자 쉬는’ 여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지역에서도 해남 대흥사를 비롯해 광주 증심사, 순천 송광사, 장성 백양사, 구례 화엄사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사찰마다 ‘체험형’, ‘휴식형’ 등 주제에 따라 진행되는 템플스테이는 일상에 지친 바쁜 현대인들에게 여유와 힐링을 준다. 조계종 문화사업단은 올해 템플스테이 20주년을 맞아 ‘같이나눔 템플스테이’를 운영할 예정이다. ‘같이나눔 템플스테이’는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가족간의 관계 회복을 도모하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라떼 템플스테이’, 스무살을 맞은 사회 초년생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달하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선사시대로 돌아가 보자. 때는 겨울 초입, 농사철이 지난 들판은 황량하다. 무채색의 들판은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올 겨울을 어떻게 날지 걱정이 앞선다. 저장해둔 곡식이라 해봐야 보잘 것이 없다. 나락 서너 바가지와 보리 몇 줌이 전부였다. 지난여름은 유독 가뭄이 심했다. 손바닥 만한 밭뙈기에 심은 작물이 말라 죽어버렸다. 별 수 없이 올 겨울은 사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전과 다르게 멧돼지나 토끼를 잡는 일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 눈가 귀가 밝아졌는지 짐승들은 덫에 잘 걸리지 않는다. 더욱이 움막집이 늘어나면서는 짐승들이 마을 가까이로는 내려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좀더 정교한 연장을 만들어야 한다고들 했다. 날카롭게 제작하면 짐승을 잡기가 더 수월할 거라는 얘기였다. 주민들은 이번 겨울 동안은 돌칼과 돌낫을 뾰족하게 다듬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마을 일을 주도적으로 돌보던 어르신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평소에는 건강해보이던 어르신이었는데 배앓이를 앓다가 심한 탈수증을 겪었던 모양이다. 날고기를 먹은 것이 잘못 되지 않았나 하는 소문이 들렸다. 어르신은 사냥과 농사에 대해서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