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영도의 크리스마스는 참 따뜻했어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는 주택가 주황색, 흰색 불빛이 꽁꽁 언 마음을 녹였죠. 무엇보다 여기선 더 이상 엄마와 떨어져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중국에서 살 때 엄마가 돈을 벌어 오겠다며 먼저 한국에 갔었거든요. 1년 만에 집에 온 엄마는 여덟 살인 저를 데리고 라오스, 태국을 돌아 영도에 도착했어요. 그날 편의점에서 흘러나온 “징글벨~ 징글벨~” 노래를 흥얼거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런데 다시 찾아온 영도의 겨울은 왜 이렇게 추운 걸까요. 몸은 따뜻한데, 마음을 데워 주던 난로가 꺼진 것 같아요. 중국에서는 그래도 할머니와 친구들이 있었는데, 여기는 엄마도 친구도 없는 것 같아요. 제 아빠는 중국인, 엄마는 ‘북한이탈주민’이래요. “중국어 한 번 해 줘” “어느 나라에서 왔는데?”라며 호기심 갖던 학교 친구들은 하나둘 사라졌어요. 더듬거리는 한국어가 답답한지, 쉬는 시간에도 이제는 말을 걸지 않아요. 어울리고 싶어 학교를 마치고 한두 시간 운동장에 있는 친구들 곁을 뱅뱅 돌거나 바로 옆에서 혼자 공놀이도 해 봤어요. 친구들에겐 내가 떠도는 유령처럼, 보이지 않나 봐요. 방학 때
밀항으로 일본 오사카 이카이노에 터전을 마련한 사람들이 있다.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히라노 운하를 중심으로 닭장 같은 집에 모여 사는 이들은 차별과 저임금, 민족 내부의 갈등을 겪으며 한국과 일본,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들이다. 그들은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재일한국인이다. 디아스포라(Diaspora). 흩어진 사람들. 경계인. 살아남기 위해 일본 오사카로 밀항한 재일한국인의 이야기가 연극 무대에 오른다. 강원도 원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극단 노뜰(대표 원영오)과 간드락 오순희 대표가 함께 마련하는 연극 ‘이방(異邦)의 물고기’가 29일부터 31일까지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공연장 BeIN;(비인)에서 선보인다. ‘이방의 물고기’는 1년 동안의 조사를 기반으로 완성됐다. 제주와 오사카를 오가며 인터뷰를 진행하고 진행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이 과정을 연극적 구성으로 풀어냈다. 원영오 대표는 “이카이노의 그들은 밤마다 히라노 운하를 서성이다 하루의 고통을 잊을 듯 운하에 몸을 던진다. 그들은 밤새 히라노 운하의 잉어가 되어 어두운 물속을 유영하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이카이노의 삶을 산다”고 비유하며 “‘연극적 상상력’을 동원해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된 영화배우 정준호와 민성욱 현 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26일 전주시장실에서 임명장을 받고 새 집행부 정식 출범을 알렸다. 지난 15일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 전환 공지와 함께 영화제는 바람 잘 날 없이 영화제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은 정 집행위원장의 임명을 반대해 온 영화인 이사들이 이사회 직후 줄이어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혼란이 커졌다. 지금까지도 일각에서는 독립과 대안의 가치를 지닌 영화제의 색깔이 정 집행위원장의 선출로 흐릿해지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와 정 집행위원장의 오랜 영화인 경험이 영화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이날 정 집행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저 역시도 인지하고 있다. 23년을 달려온 영화제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심적 부담과 고민도 있었다"며 "영화제는 영화인의 축제고 전주시민, 전 세계 영화 팬들이 함께 즐기는 자리기 때문에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려서 우려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 시장은 공동 집행위원장에 영화제가 지닌 가치는 끝까지 지켜 줄 것을 요청했
‘메이드 인 부산’ 공연이 통했다! 부산시립예술단 연합 공연 ‘크리스마스캐럴’은 3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부산유니온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2회 공연은 좌석 점유율 97%에다 유료 관객 95%를 차지했다.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는 부산 문화 환경에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3회 전석 매진 상황은 저희도 놀라웠어요. 재관람자도 많았습니다. 매진이라고 공지했는데도 무작정 오신 분들도 있었어요. 그분들은 현장에서 대기하다 취소 자리를 구매하고 입장했습니다.” 지난 23~2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 부산시립예술단 연합 공연 ‘크리스마스캐럴’에 쏟아진 반응이다. 23일 오후 2시 사회복지 기관(시설) 및 관계자 대상 ‘문화나눔 특별 공연’ 관람자 500여 명 외에 23일과 24일 3회에 걸쳐 이뤄진 본 공연에 3300명이 다녀가는 등 총 3800여 명이 이번 공연을 관람했다. 문화나눔 공연 현장에서 만난 ‘만학도’ 이옥자(74·동주대 사회복지학과) 씨는 만학도 동기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이 씨는 “구두쇠 할머니 스크루지 이야기를 보면서 나의 어려웠던 시절이 새삼 떠오르기도 했다”면서 “뒤늦게 대학에 입학해 공부하고, 이런 멋진 공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올해 마지막 공연 '2022 피날레(Finale)'를 29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오케스트라부터 플루티스트, 성악가, 팝페라가수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과 이들이 준비하는 다채로운 무대들로 구성돼있다. 특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종신 수석으로 선임된 김유빈 플루티스트와 서울대 교수로 재직중인 김민지 첼리스트가 한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또한 지휘자 박인욱, 팝페라가수 배은희, 메조소프라노 김정화, 테너는 김동녘이 담당하고,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약 40명으로 결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무대를 가득 채울 예정이다. 공연의 문은 오케스트라 연주가 연다. 로시니 오페라 '도둑 까치' 서곡에 이어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바흐의 플루트 협주곡 d단조 연주로 바로크 음악의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후에는 메조소프라노 김정화, 팝페라가수 배은희, 테너 김동녘이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나의 온 마음은 당신 것이오',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 오레파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2022년은 본격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해였다. 올해 4월 18일을 기준으로 공연장 띄어앉기가 사라졌고 관객 수 제한 역시 찾아볼 수 없게됐다. 운영시간 단축도 해제돼 공연계는 숨통이 트이고 관객들은 하나 둘 공연을 즐기기 위해 걸음하기 시작했다. 먼저 소극장 축제가 활발하게 펼쳐졌다. 우선 7월에는 구미, 춘천, 부산, 대구, 전주를 비롯해 광주까지 총 6개 지역의 극단이 함께 하는 ‘제 11회 대한민국 소극장열전’이 광주에서 열렸다. ‘월화수목금토일 여기, 연극이 있다’를 주제로 열린 소극장열전은 푸른연극마을이 운영하는 씨어터 연바람, 예술극장 통 등에서 7일간 진행됐다. 10월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사)한국소극장협회 광주지회가 공동 주최하는 ‘광주소극장축제’가 약 한달간 열렸다. 올해로 25년째를 맞이한 소극장 축제는 광주지역의 예린소극장, 예술극장 통, 씨어터 연바람, 공연일번지, 문예정터, 지니아트홀 등 6개 소극장을 비롯해 ACC 예술극장 극장1에서 선보여졌다. 소극장 창제작 컨텐츠 페스티벌 ‘작은 무대에 부는 바람’도 11월 한달간 광주 소극장 씨어터 연바람에서 열렸다. 전국 9개 지역 소극장에서 제작한 9편의 작품 중 5편이
"작사가 이기 이전에 저도 노래를 즐겨 듣는 대중의 한 사람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또 어렵고 아픈 이들에게는 힘과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노래 가사를 쓰고 남기고 싶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한 작사가 한시윤(41)이 밝힌 포부다. 작사가 한시윤은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냐"는 가사로 유명한 트로트 가요 '오늘이 젊은날'(가수 김용임)과 TV 드라마 '내 이웃의 아내' OST로 알려진 '바이바이'(가수 추가열) 등의 노랫말을 직접 썼다. 올해에는 최근 트로트 가수로 활동을 시작한 가수 길건의 '에이스', '난 몰라', '사랑은 그렇지' 등의 곡 가사를 쓰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그가 가사를 붙인 노래는 공식 음원 사이트에 등록된 기준으로 16곡이다. 작사가 한시윤을 최근 송도신도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명한 작사가를 제외하고는 작사가는 보통 부업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한시윤도 마찬가지다. 공예 강좌가 열리는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뷰티숍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를 만났고, 본의 아니게 작사에만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작사가라는 본업으로만 활동해도 될 만큼 열심히
혁신도시 시즌 2가 해를 넘기면서 내년에는 공공기관의 대전·충남행(行)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2년 전 혁신도시 지정을 계기로 장밋빛 미래를 꿈꿨던 대전·충남 입장에선 시간의 흐름과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청사진조차 그려지지 않아 '무늬만 혁신도시'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2023년은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차인 만큼 추진 동력은 문제시될 게 없을 것으로 보이나, 결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 대목이다. 26일 대전시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대체 기관에 속하는 한국기상산업기술원 1차 이전 사업비(21억 원)와 한국임업진흥원 대전청사 신축 설계비(8억 3000만 원)에 해당하는 국비를 확보했다. 관련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담기지 않으며 중기부 대체 기관조차 이전작업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당초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의 경우 23억 원의 2억 원 감액된 21억 원을 확보했으나, 1차 이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시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추가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요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부터 시작된 '과업'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해를 넘기며 지지부진한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윤
민선 8기 광주시가 첫 국비 확보 경쟁에서 3조 3081억원(신규사업 67건 1267억원, 계속사업 345건 3조1814억원)을 확보하는 등 선전하면서, 그동안 더디게 진행됐던 지역 숙원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도도 내년도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2년 연속으로 8조원 이상의 국비를 확보하면서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성장 동력 육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정부가 내년 재정 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키로 하면서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국비 확보에 대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컸던 상황에서 광주시는 지역 숙원사업 예산을, 전남도는 지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의 신규사업 100건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광주시는 우선 지역의 미래가 걸린 인공지능(AI) 집적단지 2단계 사업, AI 영재고 설립, 국립 광주 청소년치료 재활센터 건립,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 용역비 등 핵심 사업들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신규 반영되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AI 집적단지 2단계 사업 예산은 애초 정부가 1단계 사업의 결과를 본 뒤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 추진에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였지만,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반영되
지난 21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항 7번 선착장은 주정부 청사(Hawaii State Capital)가 멀지 않은 시내 한복판임에도 찾는 이 없이 고요했다. 이곳은 120년 전 인천 제물포항을 떠난 우리나라 최초의 합법 이민자들이 첫발을 내디딘 한국 이민사의 시작점이다. 인근에 있는 호놀룰루항의 명소 알로하 타워(Aloha Tower)에는 사람이 꽤 몰리지만, 7번 선착장은 하와이에서 흔한 부둣가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듯 존재감이 없다.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 관장은 "현재 7번 선착장은 1903년 당시와 비슷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와이 주요 사회 구성원인 한인들의 이민 시작점을 알리는 표지 하나 없는 게 아쉬웠다. 하와이 호놀룰루항 7번 선착장 1903년 최초 이민자 86명 첫발 섬 북단 농장서 고된 노동 투입 1902년 12월22일 제물포항에서 출발한 한국인 노동 이민자는 121명이다. 이 가운데 제물포 67명, 부평 10명, 강화·교동 9명, 그 외 경기 지역 3명 등 73.5%가 현재 인천·경기 주민이었다. 일본에서 신체검사에 합격한 102명이 1903년 1월13일 미국령 하와이 호놀룰루항 7번 선착장에 도착했